대중문화의 겉과 속 2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1편이 개정되고 나서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간에 우리사회에 밀어닥친 정보화혁명과 기술발전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과거에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바꿔 버렸다. 그래서 저자의 대중문화 겉과 속 시리즈의 후속편이 나올 것을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의 대중문화의 흐름에 잠재되어 있는 기본적인 사상의 흐름을 읽어내고 대중매체와 신기술의 발달로 인한 사람들의 삶의 형태와 그 삶에 담긴 의미에 대해 일반인들이 쉽게 알 수 있게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중문화에 대한 철학적 사상을 담고 있는 제 1부에서 정보화사회에서의 우리 삶이 가진 의미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차별과 계급을 이해하는 부르디외의 기발한 생각들과 우리들의 삶을 연극에 비유한 어빙 고프만에서 원천이나 실재없이 실재적인 것의 모형에 의해 만들어진 과잉현실이 우리 삶이라는 장 보들리야르를 거쳐 판옵티콘과 시놉티콘에서 정보사회에서의 감시와 역감시가 가지는 인간존재적 의미에 대해서 우리들의 생각을 깊이 가져다주게 한다. 마지막으로 정보와 지식을 둘러싼 소유권과 공유권 논쟁에 대한 스톨먼과 토발츠 게이츠의 생각들의 미묘한 차이와 복잡성 속에 우리 삶들 또한 놓여져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소비문화 속에 자리잡은 기업의 본질과 문화코드는 우리들의 소비사회와 그 속의 소비자로서 우리들에게 삶의 실존의 문제를 제기한다. 날로 새로워지는 삶의 모습과 신개념(어플루엔자, 디드로효과, 보보스, 알파 소비자, 데이터 스모그 등)에 내재한 삶의 본질과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보게 하고 인터넷과 휴대폰이 가진 대표적인 대중매체가 우리들로 하여금 어떤 삶 속에 무의식적으로 휘몰아가는지에 대해서도 반성하게 한다. 기업의 탐욕에 의한 인간 마음의 타락과 삶의 빠른 속도 속에 잊어버린 자신의 자아와 대량 정보 속에서의 혼돈과 직접적 인간관계의 단절이라는 그늘과 함께, 정치적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대중적 능동성과 금기와 사회적 굴레와 강압으로부터의 탈출과 해방, 자신의 삶의 자유로운 선택과 자유의지라고 하는 빛도 대중문화가 가지고 있는 명암이다.

따라서 급격하고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해가는 대중문화와 매체 속에 놓여진 우리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책의 말미부분의 리처드 스턴의 자기 삶의 가장 큰 장애물을 묻는 말에 대한 답이 교훈적이다.

'그것은 내 안의 쓰레기같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허영심, 자만심, 우월감, 비교의식 같은 말로 묘사되는 부분이다. 나는 그런 부분을 다스리려고 무척 고생했다. 나보다 천성이 좋은 동료나 친구가 짜증과 원한의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지만 그 점에서 나는 행운아였다. 내 안에 있는 긍정적 요소에 힘입어 그런 좋지 못한 감정을 분명히 가지고 있지만 그걸 이겨내는 요령을 터득했다. 가장 큰 장애물은 나 자신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현실적 삶의 많은 부분은 늘 변한다. 정보화사회에서도 새로운 정보의 탄생과 소멸의 주기는 더욱 빨라지고 매체와 문화적 코드도 열심히 따라가다가 보면 어느덧 내 능력이 쇠퇴해진다고 느끼는 순간 낯선 곳에 홀로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삶의 중요한 문제는 바깥의 외형적 모습을 쫓아가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내 마음 속에서 내가 어떻게 살것인지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살고자 하는 자율 선택권에 있다. 외부의 주어진 삶의 모습과 속도에 휘둘리지 않는 삶, 그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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