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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나무들
크리스토퍼 D. 스톤 지음, 허범 옮김 / 아르케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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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천성산은 도롱뇽이 원고가 되어 소송을 하고 있다. 물론 도룡뇽이 직접 법정에 들어선 것은 아니다. 도룡뇽의 이름으로 소송대리인으로 지율스님이 나선 것이다. 천성산 고속철도 공사를 위한 환경영향평가의 무효를 주장하기 위해 무시되었던 천성산에 서식하는 도룡뇽을 원고로 하여 소송대리인에 의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 과연 사람이 아닌 것에 의한 소송이 당사자적격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취하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판례는 일본에서 1970년대 초에 토끼를 원고로 한 소송에서 토끼의 손을 들어 준 적이 있다.
그럼 과연 왜 인간이 아닌 동물이나 환경 자체에 의한 소송이 필요한 것일까? 저자는 이러한 사회적 환경의 변화에 주목한다. 원래 당사자적격이란 개념은 법적인 것이며 그것은 인간사회에서 자꾸만 확장되어 왔다는 것이며 지금도 그러하다는 것이다. 처음엔 시민이라고 하는 협소한 개념에서 노동자, 농민, 빈민에게로, 여성에게로, 흑인에게로 확장되어 왔으며,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지구생명체를 위해 환경 그 자체가 당사자젹격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 하면 환경자체의 이익이 사람들만의 이익으로 환원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숨겨진 비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간 지구는 인간의 복지라는 이름 하에 너무나도 많은 자연 파괴와 생태계의 파괴를 겪어 왔다. 단지 그것이 인간의 이익이라는 이름이었지만 사실 그 이익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특정한 사람들이었다. 더구나 그와 관련된 소송도 환경의 원상복귀가 아니라 소송을 제기한 사람의 직접적 재산을 손실분만을 원상회복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이 땅은 불모지의 땅으로 변해가고 사막화과정은 더욱 광범위하게 진행되며 대기는 오염되어 오존층의 파괴가 심각할 정도로 넓어지고, 수질오염은 더 이상 이 땅에 이 강에 물고기들이 살지 못하게 만들었다. 더욱 인류가 가진 핵에너지는 그 일부의 사용만으로도 이 지구 전체를 박살낼만큼 위협적이며, 원자력 발전소 폐기물은 반감기만 해도 수백만년이 걸리어서 안전한 처리라는 말이 불가능하게 되어버렸다.
이러한 때에 이젠 사회적, 전지구적 필요에 의해 비인격에 대해서도 인격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우리 법정은 비인격인 법인에 대해서도 인격을 이미 부여하였다. 사단법인, 재단법인 등.... 만약 사람아닌 것에 대한 당사자적격이 정 어렵다면 우리들의 미래세대를 위한 후견인 설정이나 당사자적격 부여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법적 의미는 원래부터 사회적 환경에 따라 변화되고 조정되는 것이며 고정불변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개미 한 마리가 우리 지구라는 별에서 우리 인간과 공존하는 생명공동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인간만을 위해서는 타생명체는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식의 인간중심주의적 사고는 이미 지구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고 있으며 머지 않아 그 위협이 우리에게도 돌아올 것이다. 생명다양성이 존중되는 삶의 풍토가 우리에게는 절박하게 필요하다. 그것은 경쟁과 속도의 삶에서 벗어난 삶의 다양성을 전제로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