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 읽는 노인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저자가 환경운동가 치고 멘데스에게 바친다고 서문에서 밝힌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그의 소설 '세상 끝의 세상'과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와 더불어 손꼽히는 그의 환경소설이다.

노인 볼리야르는 아마존강의 원주민 수하르 족으로부터 자연을 바라보고 생태계의 균형을 중시하는 삶의 방법들을 배우고 밀림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며 지내는 평범한 노인이다. 그가 책을 읽게 된 것은 더 이상 젊지 않는 자아에 대한 정체감을 갖기 위해서였다. 특히 그가 즐겨읽는 연애소설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그의 이데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평화는 금발머리의 밀렵꾼의 죽음으로부터 바뀌어버린다. 새끼삵괭이와 수컷을 죽인 그는 암삵괭이에게 살해당하고 이 복수심에 불타는 암삵괭이에 의해 주민들은 하나 둘씩 살해당한다. 결국 아마존의 밀림을 파헤치고 문명화시키려는 백인들의 무모한 탐욕이 조화롭고 평화로왔던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파괴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밀림의 생리를 잘 아는 노인 볼리야르가 삵괭이 사냥에 어쩔 수 없이 나서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자신의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새끼와 가족을 잃은 암삵괭이의 처지는 아내를 잃고 가족 하나 없이 혼자서 살고있는 자신의 처지와 다를 바 없으며, 파괴되는 밀림에 의해 본의와는 무관하게 목숨을 건 싸움으로 내몰리게 될 운명조차 같다.

환경소설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구나 그의 상상력(2미터도 넘고 지능을 가지고 인간에 맞서 지혜롭게 싸우는 삵괭이)과 자세하고 치밀한 이야기 전개는 읽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

'노인은 자신이 입은 상처의 고통을 잊은 채 명예롭지 못한 그 싸움에서 어느 쪽도 승리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부끄러움의 눈물을 흘렸다.'는 대목은 결국 인간에 의한 자연파괴가 결국은 인간의 승리일 수 없고 물질적 승리라 하더라도 그것은 부끄러움일 뿐이라는 노인의 참회는 인간 삶의 진정한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에게 물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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