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우소에서 만난 큰스님
박기영 지음 / 고요아침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깊어만 가는 가을 하늘이 푸르고 깊다. 그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에 깃든 불성을 가늠해본다. 우리 마음도 저 하늘처럼 맑고 푸르다면 우리 자아의 모습이 보다 투명해지고 맑아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좋은 가을날에 차분히 깊어만가는 하늘을 닮아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한 본래의 자신과의 만남을 선승의 지혜와 함께 해본다.

해우소! 뱃속에 있는 더러운 오물만을 버리는 곳이 아니다. 우리 마음 속에 자리한 탐, 진, 치의 오물도 그곳에서 버리는 곳이라는 큰 의미가 담겨 있다. 삼라만상에 불성이 있다는 말, 삼라만상을 들여다보는 내 마음 속에 불성이 있음이다.

책을 넘기는 손을 가볍게 만드는 재미가 그 속에 담긴 선승들의 깊은 깨달음을 가볍게 만들지 않나 하는 우려와 걱정이 있다. 걱정일 따름이다. 나 자신이 우선 이 책으로부터 얻는 것이 단지 재미만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이 책을 통해 한국 선불교사의 구조적인 지형도는 스스로가 밑그림으로 그려볼 수 있다. 그리고 선승들의 깨달음의 오도송도 느껴볼 수 있다. 무엇보다 그들의 삶 속에서 마음이 지향했던 한 점으로 내 마음을 기울여볼 수 있다. 그 한 점은 흩어지고 혼란스러운 내 마음을 모아주는 그런 한 점이다.

선불교의 커다란 강줄기를 따라 우리는 바다로 이르는 길이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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