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르 기탄잘리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고전 시
R. 타고르 지음, 박희진 옮김 / 현암사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언어가 단지 우리들의 본능만을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라면 아마 타고르의 위대한 시들은 결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언어가 단지 우리들의 육체적 굶주림만을 채워주는 것이었다면 타고르의 시들은 어딘가에서 갈 길을 잃고 헤매이는 고아들의 집단이었을 것이다. 언어가 단지 지배자의 이해관계의 표면에서 그들의 논리를 정당화시키는 수단만이었다면 그의 시는 침묵 속에 입을 다물어버렸을 것이다.

그의 시를 접하면 우선 늘 내 마음을 사로잡던 육체적 오감들이 서서히 마비되기 시작한다. 그의 시를 접하게 되면 육체적 굶주림은 사라지고 영적 갈망과 그 갈망의 뿌리에서 자란 갈증이 온몸을 감싼다. 그리고 그의 시를 접하게 되면 우리 사는 세상의 옳고 그름의 너머에 존재하는 영원한 진리에 대한 동경이 가슴에서 피어오른다.

그가 만들어 낸 신의 그림자를 쫓는 언어는 절제되고 무한히 경건하며 너무나 간절하다. 그 간절함이 없었다면 과연 이렇게도 필연의 언어로 채워진 시들이 탄생할 수 있겠는가? 그 경건함이 없다면 과연 이렇게도 마음을 고양시키는 시들이 탄생할 수 있겠는가? 그 절제됨이 없었다면 과연 이렇게도 애절한 시들이 탄생할 수 있겠는가?

그의 시적 언어를 타고 나의 정신이 한없이 고양되고 경건해지어 신의 빛깔이 어렴풋이 나의 영혼을 감싸고 돌때 내 안에서 늘 있던 또 다른 내가 슬며시 나를 보며 미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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