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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가 있는 땅에는 핏빛 꽃들만 피어났다
수전 안토네타 지음, 박수현 옮김 / 이소출판사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원자력 발전소의 홍보비디오가 전국의 각급 학교와 공공단체에 무작위로 배부되고 있고, 그것이 정말 위험하지 않고 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줄 것이라고 착각하는 동안 우리 나라에서는 벌써 18,9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지어지고 부안에서는 핵 폐기물 처리를 둘러싸고 군수가 얻어맞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과연 원자력이라는 에너지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알고 있나 하고 물어보아야 할 때이다
이 책은 방사능과 산업폐기물과 살충제에 의해 오염된 지역에서 그 부모와 자신의 성장과정을 거친 한 여자의 가족사의 형식으로 씌여진 글이다. 그녀의 뛰어난(?) 상상력과 문체덕에 글이 너무 어려워진 것이 흠이지만 - 어쩌면 번역에 문제가 좀 있었는지도 모른다 - 어쨌든 그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각종 산업폐기물과 원자력에 의한 생태계 파괴와 그것이 인간에게 가져올 돌이킬수도 없고 감당하기 힘든 재앙과 자연파괴에 대해 우리들에게 무서운 암시를 주고 있다. 우리 나라는 왜 항상 먼 미래에 대한 안목없이 이렇게 근시안적인 정책과 제도들만 쏟아내는 것인지 참 한심스러울 따름이다.
그것은 인간의 신체의 파괴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를 파괴시키고 폐허의 땅으로 만든다. 어찌 고기가 사는 물을 중금속으로 오염시키고 그 고기가 잘 자랄 것을 기대할 수 있는가? 우리 문명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대하고 있노라니 아메리카 제국사에서 시애틀 인디언추장이 미국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이 떠오른다.
'우리는 이 땅을 갓난아기가 어머니의 심장 소리를 사랑하듯 사랑합니다. 그러니 만일에 우리가 이 땅을 팔거든 우리가 사랑했듯이 이 땅을 사랑해 주시오. 우리가 보살폈듯이 보살펴주시오. 그대들의 것이 될 때 이 땅이 간직하고 있던 추억을 그대들 마음 속에 간직해 주시오.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이 땅을 잘 간직하면서 하느님이 우리 모두를 사랑하듯이 이 땅을 사랑해 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