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의 목소리 -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라!"
로널드 프레이저 지음, 안효상 옮김 / 박종철출판사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90년 3당의 합당으로 이루어진 정국의 또 다른 변화와 민중의 참여를 경험한 것은 내가 대학 1학년때였다. 남포동에서 5만여명이 집결하여 규탄대회를 열면서 나는 도로를 점거한 사람들의 파도속에 묻혀서 내 인생 처음으로 전혀 색다른 경험을 했다. 길을 가다 요구르트와 담배와 김밥을 날라주는 시민들을 보면서 역사속에 우리는 하나다는 새로운 느낌도 가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내 인생에 있어서 늘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상황에 대한 적응에서 벗어나 내 삶에서 그러한 것들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나에게 있고 그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1968년의 목소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2차대전을 계기로 자본주의 축적체제의 모순(공황)은 탄력적으로 극복되었고 60년대에는 이른바 자본주의의 안정기에 접어드는 이 시기에 전세계적으로 터져나온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 봇물은 온 세계를 뒤집었다. 그리고 이 비판과 저항은 한편에서는 정치적인 요구로 직접 모아졌는가 하면 또 한편으로는 기성의 질서에 대항하는 일상에 있어서의 문화혁명으로 표출되기도 하였다. 그들이 외쳤던 것은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된다. 민권주의와 반전주의가 그것이다.

로널드 프레이저는 200여명이 넘는 사람들과의 직접 인터뷰를 통해 1968년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 남긴 성과와 교훈을 되짚어봄으로써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바를 고민해보게 한다. 이미 1968년의 세계적 함성 속에는 이후 우리 사회가 주요하게 다루게 될 사회문제들이 모두 표출되었다. 인종주의, 성차별주의, 반전운동, 학내민주화, 노동계급운동, 종교갈등, 제국주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갈등 등 그 시기 제기된 많은 문제들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풀어가야할 문제들로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었다.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진 이 운동이 가진 한계점은 바로 과도기적 위치에 있던 학생들에 의해 주도됨으로써 운동이 각계각층에서 자생적으로 제기된 대중적 요구를 집약하고 정치화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비록 1968년 이후 제기된 기본적 민권문제는 최소한의 상식을 지키는 선에서 승리하였고, 적어도 베트남전 이후로는 제국주의 국가의 제3세계에 대한 직접 개입은 없어졌다는 성과가 있지만, 그 때 전세계적으로 민중이 제기했던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맑스의 문제제기와 함께 우리사회에 남아 있게 되었다.

1968년이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가 있다. 운동의 최전선에 섰던 몇몇 지도자들은 사회의 기층 질서 속으로 편입되었고 때로는 반대의 편에 서서 노동 탄압과 지배 질서의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종사하고 있는 직업과 삶에서 보이지 않는 지배 질서에 대항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 목소리도 사라져버렸고 메아리도 공허해져가면서 다시 기층 질서 속에 자연스레 편입되어 아무런 역사적 책임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실존에 대해 깨닫게 했던 역사적 사건과 그 속에서 고양된 의식을 어떻게 내면화시키고 삶으로 체현시킬것인가 하는 고민의 부재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68년의 메세지는 바로 우리에게 그 때 제기했던 문제의 핵심, 바로 자기 삶의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나를 우리들에게 되물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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