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사람들
케빈 베일스 지음, 편동원 옮김 / 이소출판사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이런 꿈을 꾼 적이 있다. 꿈속에서 나의 병적기록이 잘못되어 내가 다시 군대에 잡혀가게 되는 일....남자들이라면 어쩌면 한번쯤은 이런 악몽아닌 악몽에 시달려 본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꿈속일 뿐이고 깨고난 후 일과를 마치고 친구들과 술한잔을 기울이며 안주거리로 웃어넘길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만약 현실이라면 얘기는 아주 복잡해진다. 그 때 우리는 군대의 상명하복식 질서에 편입되어 자유의지를 상실한 한 명의 노예가 되어버린다.

노예제 하면 흔히들 고대의 로마사회나 스팔타쿠스 또는 영화 글레디에이터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인류역사에서 사라져버린 한 기록들로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 노예제가 허울만 달리하고 세계화가 깊숙이 진행되고 있는 21세기의 현대사회에서도 존재한다면 그대는 과연 믿을 수 있겠는가? 저자는 '채무노동'이란 이름의 허울뿐인 노동계약서 속에는 사기와 기만에 의해 유린되는 인간의 자유와 생명이 있으며, 다 써버리고 난 후 일회용품처럼 내버려지는 노예적인 삶이 전세계의 도처에 퍼져 있으며 그 노예제는 세계화의 경제 속에 깊이 편입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채무노예의 형태는 성 매매업, 임금노동자의 노예로의 전락, 노예제의 문화와 전통의 지속된 형태 등 사회와 문화에 따라서 다르게 형성되지만, 그들은 어느 사회에서나 교육받지 못하고 사회의 극빈층에 해당되어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아무런 수단도 갖고 있지 못하여 일정한 사회조건 하에서는 언제든지 그들의 지위가 자본에 의해 무너질 수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과연 이렇게 사회의 그늘에 있는 사람들의 인권을 마음대로 짓밟고 희생시키는 경제체제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져야 하고 이러한 경제체제 속에서 살고 있는 나 스스로의 자각이 우선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사회문제의 모든 경우가 그러하듯 노예제 종식에 있어서도 우선적으로는 문제의 당사자인 '채무노동자'자신의 주체적 자각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인도 사회의 예에서 보여지듯이 그것과 더불어 바른 의식을 가지고 노예제를 폐지하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을 작동시키기 위한 사회의식(사회적 밈)의 성숙도 갖추어져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변형된 노예제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들의 경제생활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저자는 노예제에 의해 생산된 상품을 아무런 생각없이 소비하게 되면 우리는 우리가 알지못하는 사이에 이러한 노예제의 유지와 영속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의 피와 희생으로 만들어진 상품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한 후 일회용품처럼 폐기처분할 때 우리는 그들의 인간의 존엄성을 그리고 우리의 존엄성을 짓밟고 폐기처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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