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한가운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
루이제 린저 지음, 박찬일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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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일대의 '니나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 문제작은 니나라고 하는 한 여자의 일생과 그를 사랑했던 20살 연상의 슈타인의 사랑이야기로 이루어진다. 전체주의와 획일주의에 거부하고 개인의 자유로운 삶을 원했던 한 여자의 일생 속에 담긴 무거운 역사와 그녀의 어깨에 드리워진 가혹한 인간관계의 망이 그녀를 삶의 극한 고통으로 내몰고 있다.

하지만 고통의 한가운데에는 그 고통이 일지 않는 태풍의 눈과 같은 고요한 영역이 존재하고 그 영역 속에서는 삶의 시련들을 마치 타자의 눈으로 조명하게 하는 뭔가가 있음을 보여준다. 니나의 인생여정에서 겪어야 했던 가혹한 시련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원하지 않는 아이의 출산, 자살 기도, 나치의 탄압 속에서도 '미련없이 선택하고 그 선택된 삶을 깊이 받아들이고 후회없이 부딛히고 나서야 비로소 그 삶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해방될 수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니나에게 헌신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을 바쳤던 슈타인의 사랑도, 니나의 삶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듯이, 결국엔 그것이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찾기위한 여정이었음을 알게 되고, 이것은 니나의 언니로서 이 글의 주인공인 나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의 진실로서 남게 된다. 우리는 우리에게 있는 에너지를 외부로 쏟으며 뭔가 인생의 결과물을 남기려고 하지만 사실은 그것은 나의 내부로 향한 에너지였으며 그 세월의 결과 보다 다채롭고 성숙해진 나를 발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니나의 삶을 통해 보여주려 했던 린저의 생각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과 일치하는 면이 있다는 점에서 이 글은 어느 정도의 자서전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주의에 대한 공포와 굴레를 참지 못하고 지금도 이탈리아에 머물고 있는 그녀는 이탈리아의 삶이 바로 개인의 자유와 삶의 느슨함이 존재하는 국가라고 말한다. 삶의 진정한 모습이란 바로 우리가 몸담고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 온갖 제도적 망과 국가주의적 굴레가 드리워진 속에 잃고 있던 우리의 여유와 틈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 여유와 틈이 우리를 현실의 삶의 폭풍에 휩쓸리지 않고 그 폭풍의 한가운데에서 우리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 교훈을 배우게하여 우리 영혼을 더욱 성숙하게 만드는 별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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