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성의 몸으로 붓다가 되리라
비키 메킨지 지음, 세등(世燈) 옮김 / 김영사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인생의 앞날을 결정하는 주요한 사건들을 되돌아볼 때 나의 운명을 주관하는 어떤 힘이 작용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른다. 하지만 순전히 나의 의지에 의해 선택한 어떤 일들이 어쩌면 이미 잘 짜여진 스토리의 일부였고 나는 애초에 내가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는 생각이 든 적이 여러번 있었다. 여자인 몸으로 12년이라는 오랜 세월의 동굴생활을 통하여 영적 깨달음을 얻고 완전한 깨달음의 길로 쉼없이 매진하는 텐진 빠모의 수행기를 읽으며 자신의 젊은 날에 마주쳤던 많았던 세상의 유혹의 순간들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끌어당기는 운명의 힘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적인 깨달음을 추구하는 불교 내에서도 조직화된 종교가 갖는여러 가지의 차별과 억압들이 존재했으며 그 속에서 그 차별과 억압을 대표적으로 받는 여성의 몸으로 붓다가 되겠다는 서원은 나의 가슴을 울려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것은 깨달음에 대한 무지 속에 빠진 대중이면서 동시에 깨달음의 길에 있어 현실적으로 소외되고 버림받은 여성들의 마음의 굴레를 해방시키고 그들을 깨달음의 길로 이끌고말리라는 보살심에 다름 아니었다

그녀의 연설문 중에 나에게 커다란 깨달음을 주는 글귀가 있었다. 그것은 내가 언제나 마음이 일어나는 곳을 찾기 위해 명상수행을 하고 있어도 내 앞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벽이 무엇인가를 알게 해주었다. 그것은 존재의 본질에 대해 알고자 할 때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인간의 여섯가지 인식 너머에 존재하는 것을 느끼기 위해 머리로 생각하는 것으로 그것을 알려고 했던 나의 잘못된 인식의 장벽을 깨뜨리는 소리였다. 내 가슴을 열어 두지 않고서는 어떤 것도 진정으로 인식되지 못한다는 진리를 내 마음 속 한 곳에 새겨 준 것이다.

그녀의 깨달음의 길을 통한 여정 속에 또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영적 스승, 즉 구루의 중요성에 대한 것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헤매이고 방황할 때 의지할 수 있는 영적 안내자가 있다는 것은 진정한 축복이다. 물론 구루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제자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축복일 것이다. 내 삶의 깨달음으로 향하는 길을 잃게 될 때, 짙은 안개 속에 파묻혀 앞으로 나아갈 길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때 우리를 안내해주는 빛의 존재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엔 나의 마음 속에서 저절로 밝혀지는 빛의 존재를 느끼는 날 세상이 보다 성숙하고 아름답게 바뀌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각자의 마음 속 동굴 속에서 거주하는 자가 누군지 만나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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