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와의 대화 - 잠, 꿈 그리고 죽음에 대하여
프란시스코 바렐라 엮음, 이강혁 옮김 / 예류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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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 세계는 이미 물질적 삶의 정점에 도달하였다. 세계인구의 5% 정도만을 차지하는 미국사회가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25%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물질적 소비주의가 가장 팽배한 미국사회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물질적 삶이 인간 삶에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세상을 변화시켜온 도구인 과학을 그 기초로해서.....

인간 삶의 진정한 행복이 물질적 삶에 있지 않다면 그것은 아마도 가장 신비와 베일에 쌓여 그 영역이 어느 정도인지조차 밝혀지지 않은 정신적인 면에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와 더불어 과학은 아직 인류가 해명하지 못한 여러 가지 다양한 의식적이고 정신적인 체험에 대한 연구에 급속한 속도로 빠져들고 있다. 잠, 꿈, 죽음(임사체험 포함)의 영역이 그러한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세상에 대한 인식도구로서의 과학이 가진 불완전성과 방향성 부재에 대해 나름대로의 보완을 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 시대의 현존하는 부처로 일컬어지는 달라이라마의 불교적 세계관이 관용의 손을 뻗쳐 이미 이 별을 황폐화시켜버린 주범인 과학에 화해와 대안모색을 통한 공존의 이야기를 걸어오기 때문이다.

그는 잠, 꿈, 죽음에 대한 생의학적이고 생리학적이고 정신분석학적인 인식의 방법은 영성에 대한 인식의 깊이없이 단지 기술적이고 과학적인 인식방법만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가지는 한계점에 대해 부드럽게 경고하고 있다. 그것들이 과학에 의해 모두 해결될 수 있다고 하는 생각 속에 이미 마음의 수행에 대한 필요성은 사라져버리고 이 지구를 파괴하고 황폐화시킨 주범인 과학기술에게 결국 대사면의 판결을 내리고 있음에 다름아니게 된다. 그것은 이미 현실과 세계인식의 관점으로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과학적 인식이 가진 한계를 덮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하며 시대가 요구하는 영성의 개발 필요성에 대해 함구하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물론 그 과학과 영성이 상호보완적인 면이 있음을 달라이라마는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입장에서 보면 단지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을 과학이라고 하는 또 다른 표현방식을 빌어서 이해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과학에 손을 내미는 이유는 바로 수많은 대중의 인식체계를 구성하는 과학에 대한 이해없이 그들의 영성개발이 어렵다는 보살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겠는가?

자신의 진정한 체험없이 사물에 대한 단정적 결론을 내리는 것이나 과학에 의지해 그것을 지식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극복하는 순간이 우리가 영성적 삶을 영위해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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