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촌수필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6
이문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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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자의 별세 소식을 일간지를 통해 알게 된 후 그럭저럭 몇 달이 지나서야 이 책이 손에 잡혔던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주말을 이용해 찾은 순천의 선암사에서 나는 한국 현대사의 질곡속에서 그 흔적을 간직한 모습을 선연하게 볼 수 있었더랬고, 문득 관촌수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 글은 시대의 질곡과 역사적 아픔을 자신의 성장과정을 통해 사실적이고도 고백적으로 쓰여졌다. 이 글이 나의 감성속을 깊에 파고든 것은 잘 정제되고 세련된 맛이 없이 투박하고 흙투성이의 글이지만 왠지 어릴적 세차게 비오는 날 밤에 아랫목에 손을 찔러 넣고 텔레비전을 보던 어릴적 기억을 되살려 놓기 때문이다.

물론 할아버지의 삶과 생각들이 한국의 양반사회의 고리타분한 모습과 비실용적이고도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그가 그리던 것은 단지 그런 보수적이고 낡은 옛 양반사회에 대한 그리움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가 신분의 벽을 허물고 정을 느꼈던 옹점이와 대복이의 만남이 그러했고, 단 한 번 뿐이었지만 충격적인 표현을 써가며 되살렸던 아버지의 탈선도 아마 그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인간적인 면에 대한 그리움이었으리라....

사회가 각박해질대로 각박해진 지금...그가 떠난 뒷 자리에 그의 글이 주는 따스함의 여운이 이토록 오래 남아있는 까닭은 그의 글 속에 베어 있는, 아니 그의 삶 속에 자리했던 오래된 날들에 대한 인간적인 기억 때문은 아니었는지 싶다. 자신의 오래된 개인사의 여백 속에 위치한 삶의 아름다움과 그 생명성이 전근대적인 자연적인 삶과 그 속에서의 인간미에 대한 아련해지는 그리움으로 드러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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