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나침반 2
숭산스님 지음, 현각 엮음, 허문명 옮김 / 열림원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마음공부에 대한 끊어짐많은 공부아닌 공부중에 이 책을 접한 것은 커다란 복이었다. 우선 불교에 대해 어떤 지식도 없었던 나에게 불교의 체계에 대한 윤곽은 그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선의 가르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일 것이다. 교리체계나 경전에 대한 이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것의 의미를 마음속에서 증득해내는 것인데 참선을 통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그 의미를 깨우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깨우친 것이다.

숭산 큰스님의 가르침은 선수행을 하기 위해 출가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내가 가지게 된 생각은 바로 내 일상에서 흔들리지 않는 큰 의문을 지고 순간순간을 대할 수 있는 끈기의 필요성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졌던 마음의 상태를 어떻게 하면 나의 일상속으로 가져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늘 일상속에선 그 의문들은 사라지고 만다. 그러다 다시 그 의문을 떠올리게 되고 그래서 늘 이 화두의 있고 없음 사이를 왔다갔다 하게 된다. 책을 읽을 때나 집에 가만히 앉아 있을 때는 그 마음의 상태가 그럭저럭 잘 유지되나 사람들과의 만남속에선 속절없이 그 물음들은 사라지고 만다. 깨어있는 시간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마음을 어떻게 숙면으로 이끌고 갈 수 있겠는가?

그 마음의 상태란 무엇인가? 그것은 이름과 규정이 없는 상태이다. 이름과 규정없는 곳엔 집착과 생각도 끊어진다. 단지 지금 이 순간이 있을 뿐이다. 책상을 치면 소리만이 있을 뿐이고 잔을 부딪혀도 그 쨍하는 소리만 있을 따름이다. 나뭇잎이 흔들리면 다만 봄이 있을 따름이다. 누가 보고 누가 듣는가? 나란 무엇인가? 마음이란 무엇인가? 오직 모를 뿐이다....

숭산 큰스님은 선의 나침반을 통해 깨달음의 지도를 간략히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앞을 모르는 우리들이 어떤 비일상적인 체험을 하였다 하더라도 거기에 집착하지 않고 '오직 모를 뿐'이라는 의문으로 더욱 나아가게 한다. 그 증험이 다가 아니며 오로지 공허함을 알게 한다. 선의 나침반을 한바퀴 완전히 돌리기 위해선 되돌아가려는 관성을 뛰어넘는 힘이 필요하다. 임계치의 힘을 넘어서는 또 한번의 깨달음...그것이 존재함을 알게 한다.

지금...들리는 소리는 티베트의 명상음악 중 '옴마니 밧메움'이다.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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