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행 1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현각 지음, 김홍희 사진 / 열림원 / 1999년 11월
평점 :
절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한 나라, 그곳에서도 중산층의 어느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지식인의 부모를 두고 천재의 형제들속에서 자라나 남들보다 유달리 영리하게 자랐던 저자는 예일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원에서 수학한 미국사회 엘리트의 전형적인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늘 그는 삶의 풀리지 않는 의문들을 갖고 살아가며 일상에 적응하는 생활에서도 늘 허무함과 채워지지 않는 허망함을 체감하며 살아간다. 카톨릭을 믿는 가정에서 자라나 수도사가 되려고 마음먹었던 그는 대학원에서 숭산스님의 강의를 듣고 크게 마음을 세운다.

그를 출가시킨 숭산스님은 고봉스님으로부터 법계를 받아 한국선불교의 맥을 이은 유명한 승려다. 하지만 자신의 모든 지위를 버리고 미국에 홀홀단신으로 포교활동을 하기 위해 떠난다. 미국의 어떤 마을에 정착하여 세탁소에서 일을 하며 미국인들의 의식을 이해하기 위해 2년이 넘게 일을 하며 참선공부를 해나간다. 숭산스님은 이 때 물질주의와 현대과학이 가장 발전한 미국이란 나라가 정신적 황폐함으로 인해 반대급부로 갖게 되는 정신세계의 욕구에 대한 가능성을 이미 헤아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도 온갖 폭력과 기독교 유일주의에 의한 해악이 온 세계에 그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미국사회가 또 다른 측면에서 진리를 대함에 있어 어떤 교리나 형식에 치우치지 아니하고 열려 있으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발전시키려 하는 모습은 미국사회에 존재하는 선과 악의 일체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각스님의 일생을 자서전적인 글로서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왠지 한국사람보다 더 한국다운 그의 정신에 부끄러움과 어떤 의욕이 꿈틀거린다. 전세계적으로 얼마남지 않은 선불교의 전통을 이제 그가 배워서 다시 우리들에게 그 전통을 전하려고 하는 그의 모습에서 한편으로는 미국보다 더 미국다워지려고 애쓰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나는 왠지모를 안타까움을 느끼곤한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늘 미국사회에 대한 적대감을 키워왔을지도 모를 우리들에게 미국은 그런 세계의 적대감을 극복하고 서로의 마음을 열어 줄 다원주의적 종교화해를 먼저 실천해내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분명 아직 자신과 타인을 구별하여 배척과 폭력이 난무하는 야만사회의 때를 벗지 못한 이 세상에 보내는 희망의 메세지임에 틀림없다. 그 희망의 메세지는 또한 바로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서 선악이라는 업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인이 될 때 비로소 이루어낼 수 있는 선의 열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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