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바 바베, 간디를 만나다
비노바 바베 지음, 김문호 옮김 / 오늘의책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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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혁명에서 카스트로와 체게바라가 만난 것이 민중혁명에 의한 사회주의국가건설에 있었다면 간디와 비노바의 만남은 사회정치적인 의미를 너머 진리를 향해 있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가치를 가진다. 진리와 삶의 의미, 영성을 추구하던 한 젊은이가 민족의 지도자를 만나 그를 섬기고 봉사하였다는 사실은 그가 섬겼던 이가 정치의 논리너머의 정신적 스승으로 존재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객관적인 간디의 삶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간디가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가 있다면 간디의 사상과 정신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태도에 있다. 그런 면에서 간디를 누구보다도 섬기며 그 뜻을 따르고자 했고 그 마음과 공명했으며 간디의 사상에 따라 자신의 삶을 바쳤던 비노바의 마음에서 우리는 어쩌면 가장 진실한 간디의 정신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주장했고 실현하려 했던 주요사상인 '스와라지', '사티야그라하', '아쉬람','사르보다야'의 개념들은 아직까지 인류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깊이 들여다보면 문제해결을 위한 선현들의 뜻깊은 말씀들이 늘 있어왔음을 알게 된다. 마하트마 간디 역시 그러한 선현들 중의 한 사람이다.

하지만 선현들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늘 세상이 여전히 쳇바퀴돌듯 미망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사회정치적인 논리가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을 성취해내는 사람들의 의식이 성장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간디의 사상은 그것이 우리들의 가슴속에서 되살아날때에야 비로소 우리들의 삶의 변혁도구가 된다. 간디가 살았던 시대에 그의 사상을 몸소 체화시키지 못하고 단지 간디의 결정에 추종하기만 했으므로 그의 사후 세상은 변화되지 못했다. 물론 간디의 영향으로 인도사회에 내재된 많은 가능성을 부정하진 못하지만...

신이 간디를 데려간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모든 성현의 죽음이 그러하듯 간디의 죽음은 이제 그의 육체나 그의 존재로부터 벗어나서 사람들이 그의 사상을 마음속에 씨앗으로 간직하여서 발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위대한 정신이 우리의 마음속에서 피어날 때에라야 비로소 간디는 우리들 속에서 부활하게 될 것이다. 세상을 모두 휘젓고 돌아다녀도 우리 마음 속 세상을 찾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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