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헤아리며 카르페디엠 34
로이스 로리 지음, 서남희 옮김 / 양철북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종이를 자르는 것은 가위의 양날이다. 모든 사물과 사건은 무릇 이 양면의 날을 갖고 있다. 우리는 전쟁하면 그 고통과 학살 인간성 파괴 등의 아픈 상흔이 우선 떠오른다. 하지만 그 아픈 상처 뒤로 평시에는 찾기 힘든 삶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존엄과 사람들에 대한 사랑의 교훈이 잠재되어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아름다움과 사랑함에 관한 이야기로써 가위의 또 다른 아랫날이다.

사건 그 자체가 인간의 마음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건과 현상을 들여다보는 우리의 마음이 우리의 행동을 결정짓는다. 참혹한 전쟁의 상황에서 자신의 안일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저자가 그려낸 덴마크 사람들처럼 자신의 이웃을 지켜주기 위해 목숨까지도 내건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그 중요한 사건전개의 핵심이 되는 일들이 역사적인 사실에 기반하여 만들어짐으로써 작가가 그려내려고 한 전쟁속에서 인간이 놓치지 않는 아름다움과 사랑함이 단지 지어낸 이야기를 넘어 우리 현실의 삶에서 전쟁의 교훈으로 삼는 것이 가능한 일임을 이야기한다.

이 전쟁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평화가 얼마나 소중하고 인간의 존엄이 유린되버린 뒤에야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가르쳐주고 있다. 그래서 평시에 그것을 지켜가려고 하는 개인의 작은 노력들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게끔 한다. 그리고 이 전쟁은 사람들의 영혼을 고양시키고 성숙시킨다. 안네마리가 전쟁을 겪지 않았다면 단지 평범한 아이로 성숙했을 테지만 그녀는 전쟁으로 자신이 알아야 할 일과 알 필요없는 일들을 구분하게 되었고, 자신의 이웃을 사랑하는데 자신의 희생과 용기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내면이 그런 현실을 수용하고 그것이 주는 삶의 교훈을 배울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하였던 것이다.

우리 마음 속에 자리한 인간의 존엄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 어떤 현실(그것이 전쟁이건 자연적 재앙이건....)속에서도 빛바래지 않는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믿음과 그런 현실 속에서도 삶의 아름다움과 고양을 발견해내는 지혜로움은 우리를 신에게 향해 난 길 위로 인도한다. 전쟁은 우리로 하여금 신을 찾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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