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혁명 - 석유 시대의 종말과 세계 경제의 미래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진수 옮김 / 민음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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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이 멸망한 이유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 중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기 위한 먹이의 부족도 하나의 유력한 설이다. 로마제국의 흥망에도 바로 이런 먹이의 부족과 관련이 있다. 거대한 공룡과도 같이 비대해진 로마제국은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했고 이 에너지체계의 공급부족은 결국 로마제국을 몰락으로 이끈 원인이 되기도 했다.

지구는 하나의 유기체다. 지구도 아파할 줄 알고 그 아픔의 한계도 가지고 있다. 우리 인류는 이 지구라는 아름다운 생명체에서 지금껏 공유적 삶을 잘 누려왔다. 이 지구생명체의 살집에 흠을 내고 몸 속 깊숙히 바늘을 꽂아 그 혈액을 체취하여 지탱한 인류역사는 산업화와 함께 시작되었고 화석연료와 함께 시작된 그 산업화는 지금 지구의 여러 곳을 파괴하고 오염시키며 지구 생명체의 생명마저 위협하고 있다. 비로소 그 잠잠하고 조용하던 지구가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제레미 리프킨은 현대 문명이 발전하고 지탱된 근본적인 이유를 에너지의 측면에서 접근한다. 산업혁명 이후 우리 문명을 지탱해왔던 에너지는 석탄에서, 석유,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였다. 그리고 지금 그 화석연료는 허버트의 종형곡선의 정점에 다다르고 있고 아래로 곤두박칠칠 때쯤이면 건물의 기반이 무너져내리듯 모든 사회구조가 무너져내릴 것이라고 말한다.

그 남은 정점까지의 기간에 대해 여러 설이 있지만 2010-2020년 정도면 달할 것이라는 데 많은 연구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싸움할 의지도 없는 초등학생인 이라크를 제도교육을 이미 탈퇴한 불량 고등학생 미국이 자꾸만 시비를 거는 이유 역시 남은 정점에 달할 때까지의 안정적이고 값싼 석유에너지의 확보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 과연 우리 문명은 화석연료의 고갈과 더불어 사멸할 것인가? 허버트의 종형 곡선의 정점을 눈앞에 두고 많은 사람들은 대안에너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은 그 인류문명을 다시 쓸 신에너지가 있다고 한다. 바로 100여년 전 쓰여진 한 프랑스 작가의 소설 속에....보물섬처럼....말이다.

문명을 이어가고 인류를 살리는 것에서부터 나아가 파괴된 환경으로 질식하고 있는 지구생명체에게도 신선한 공기를 제공할 수 있는 그 대안에너지는 바로 수소다. 수소에너지는 그 사용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거의 없다. 따라서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인한 기후이상과 대재앙을 예방할 수 있다. 뿐만이 아니다. 수소에너지가 가진 또 하나의 선물은 그것이 에너지화되는 방식자체가 분권적이고 민주적이라는 것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은 그 생산이 집적적이고 집중적이기 때문에 많은 자본이 필요하고 따라서 본질상 중앙집권적인 방식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소에너지는 그 생산이 지구의 곳곳에서 소량씩 채취할 수 있으며 따라서 분권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이 될 것이라고 한다. 물론 그 수소에너지를 둘러싼 인간관계의 그림에 따라 그것이 우리를 억압하고 지배하는 또 다른 무기로 바뀔 수도 있으나 그 본질상 다수의 시민들에게 그 권한을 돌려주고 있다는 사실은 가히 혁명적인 것이다.

이미 다국적 기업을 위주로 수소엔진 및 수소에너지 개발에 엄청난 돈이 투여되고 있다. 그리고 협동조합이나 지역시민연합에 의한 에너지화도 동시에 병행되고 있다. 인간의 문명을 다시 쓰게 될 지구 생명체와의 조화로운 지속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수소 에너지가 천사의 얼굴로 다가올 것인지 악마의 얼굴을 할 것인지는 여전히 그것을 만들어나갈 우리들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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