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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광고, 소비의 문화사
제임스 트위첼 지음, 김철호 옮김 / 청년사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왜 상품을 소비하는가? 그것은 그 상품이 우리에게 가진 사용가치 때문이고 그 가치는 우리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든 소비의 뿌리에는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욕망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결핍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랑의 결핍에서 우리는 그것을 추구하고, 안정감이 결여될 때 우리는 그것을 갈구한다. 배가 고프면 음식을 찾고 목이 마르면 물을 찾듯이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늘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문제는 그것이 자신의 내면에서부터 비롯된 진실되고 간절한 결핍이냐 하는 데 있다.
우리 사회는 대량소비사회이다. 산업혁명의 물결이후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이미 물질적 생산은 인간의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의 수요를 넘어서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들의 소비는 내면에서 자연스레 자라나는 결핍욕구를 넘어서게 된다. 물질적 과잉은 정신을 황폐화시킨다. 그렇다면 이제 물질적 생산을 줄이면 된다. 그리고 그 노력을 정신적 풍요로움으로 돌린다면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어찌하랴, 우리 사회를 물질적 풍요로움으로 이끌었던 경제체제는 그 재생산의 본질상 끊임없는 소비를 부추키는 제도이니....
이제 소비는 외부로부터 주어져야 한다. 문제는 산업혁명과 함께 진행된 시민혁명이 경제외적 강제에 대한 한계를 만들어냈다는 점에 있다. 오로지 가능한 경제적 수단을 동원하는 방법만이 남았는데 결국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기업주의 Hidden Card는 광고였다. 그것은 절망의 늪에 빠진 기업주에게 내미는 구원의 손길이었다. 문제는 광고가 어떻게 인간에게 더 이상 절실하지도 않고 내면적 진실성도 결여된 허위욕망을 만들어내게 하느냐였다.
인간의식을 타락시킨 위대한 광고의 역사는 진실된 정신적 성숙의 실종선고의 역사였다. 마음의 바다위에 끊임없이 생겨나고 사멸하는 감정의 파도처럼 광고를 통해 텔레비전을 비롯한 대중매체를 수단으로 인위적으로 생성된 무수한 욕망은 상품구매와 더불어 사라져버린다. 구매와 동시에 새로운 욕망은 광고에 의해 또 다시 무수히 생겨나고 소비자라 이름지어진 인간의 의식은 늘 거짓된 욕망의 생사에 시달려야만 했으며 지금도 변함없다. 마치 끊없는 도미노처럼 광고는 욕망을 낳고 욕망은 소비를 낳고 소비는 다시 새로운 소비를 위한 광고를 만들어낸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는 없는 것일까? 저자의 암울한 예언대로 상업주의라는 물 속에서 물고기에게 사고능력이 생긴다해도 물에 대해 생각하기는 힘든 것인가? 문제의 시작이 기업주의 이기심이라는 마음에서 비롯되었고, 무분별한 소비가 우선 소비자의 마음 속에 욕망이라는 씨앗을 심은 데서 출발했으니 그 마음 속 어딘가에 그 해법도 있지 않을까?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의 진실함과 맞닥뜨리게 된다면 그래서 지혜의 눈이 생긴다면 아마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사회도 제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한낱 물고기만은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