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햇빛
아눌라 지음 / 정신세계사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남부 불교의 전통을 찾아 스리랑카에서 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는 아눌라 스님에게는 깨달음에 대한 각별한 갈망이 있다. 우리 나라의 대승불교가 지금까지의 수행방법에 대해 제고하고 남방불교의 수행법들을 수용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불교의 수행문화와는 또 다른 남방불교의 수행법은 그녀의 수행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결혼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평범한 대중들에게 있어서도 자신의 노력에 따라 진리에도 깨달음에도 이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베트남 선사인 틱낫한 스님이 강조하던 위파사나 수행에 대한 자세한 얘기들과 수행을 하면서 자신의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작지만 사소하지만 늘 느낄 수 있는 신의 존재가 그녀의 섬세한 손길을 따라 우리에게 전해져 온다. 비로소 그녀가 남방 불교를 배우기 위해 떠나간 먼 길이 결국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누구나가 발견할 수 있는 그런 길이었던 것이다.

홀로 있음의 완전함이란 말은 요즈음 나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말이다. 일상 생활에서 끊임없이 대하는 사물과 존재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의식과 관계없는 표면의식의 생사속에서 헤매이고 있으며 우리가 침묵할 때 홀로 있을 때 우리는 세상의 미혹으로부터 벗어나 우리 내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그녀의 말은 나로 하여금 나름대로의 내 방식을 만들어가게 한다.

3월 말쯤에나 내려와서 동거하기로 하였던 처의 발령이 늦어질 예정이다. 손꼽아 기다리던 그녀와의 생활이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 일에 나는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음을 느낀다. 내가 그녀와의 생활을 보다 조화롭게 영위하기 위해선 우선 홀로있음의 완전함을 내 나름대로 터득해야 한다. 그녀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아직 덜 된 이유인지도 모른다.

조화로운 만남은 내가 가진 자아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와질 때에야 비로소 가능한 일임을 알기에 나에게 주어진 홀로 있음의 공간이 유예된 데에는 홀로 있음이 가져다 주는 마음의 상태를 내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까닭이다. 홀로 있음의 완전함을 맛 본 뒤에라야 비로소 함께 있음도 균형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마음의 꽃잎위에 구르는 평화의 구슬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비로소 부부생활의 미혹에 시달리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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