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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연구실+연구공간 '너머' 지음 / 그린비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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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한 사회를 거쳐 이미 인터넷이 활개치고 사이버공간에서의 각종 문화적 교류가 이루어지고 n세대들의 파워가 온 사회에서 입증되는 현대사회에서 근대성을 뛰어넘는다고 하니 우습고 어처구니없는 생각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화지체현상이 있지 않은가? 물질문명이나 사회제도는 이미 한참 멀리 가고 있는데도 우리의 의식은 한참 뒤떨어져 아직 근대사회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그런 현상 말이다. '수유연구실 + 연구공간 너머'의 지식공동체는 아직 우리사회의 근저에 뿌리박힌 근대성과 그 근대성이 사회변화의 발목을 잡고있는 현실을 직시한다. 그리고 그런 근대의 소산인 합리적 사고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때 비로소 미래사회의 전망 또한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과 서구의 합리성은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세계화'라는 거대한 자본운동논리로 전지구를 뒤덮고 있다. 오래전 문명과 야만이라고 하는 이분법적 논리는 이제 세계속에 자연과 생명의 터를 빼앗고 인간이 인간본연의 모습대로 삶을 지속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근대성은 이제 세계화라고 하는 가면을 쓰고 우리들 앞에 떡하니 놓여있다. 그들의 교묘하고 거대한 가면앞에서 정신차리지 않으면 우리는 예전의 그 근대성이라고 하는 괴물(홉스가 말한 리바이어던의 모습보다 더 크고 무서운 괴물말이다)의 입속으로 쏙 들어가버릴런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이 한국사회의 새롭고 대안적인 지식공동체는 우리들이 이 거대한 근대성에 절망하고 체념할까봐 우선 근대를 뛰어넘는 삶의 대안 공동체로부터 시작하여 우리에게 희망을 선사한다. 사실 눈여겨 들여다보면 우리 주위에 이미 근대를 뛰어넘는 삶은 도처에서 시작되었고 또 실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작게는 우리의 밥상위에서, 느린 삶에서, 문명이란 이름으로 파괴되고 학살되었던 인디언과 그들의 삶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대안적 삶의 공동체에서 볼 수 있다. 세상을 대하는 우리의 사유방법이 달라지면 세상도 바뀔 수 있음을 이 책들은 보여준다.

다음으로 우리의 철학사와 지성사에서 이미 존재해왔던 근대성을 뛰어넘는 씨앗들에 대해서 근대의 외부란 이름을 빌어서 접근하기도 하고 그것이 현대의 자연과학적 지식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의 신체와 생활과 삶에 드리워진 근대성과 그것을 뒤집는 여러 가지 모습들에 주목한다. 때로는 근대성에 의해 비뚤어지고 뒤집혀진 사회의 모습을 광기와 탈선의 시각에서 조명함으로써 제도권적 시각으로 다 볼 수 없었던 근대성의 본질과 대안을 조명해보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이미 근대에 접어들기 이전 인류역사에 있어서의 사유의 흐름을 되집어봄으로써 근대를 뛰어넘는 사유의 양식에 대한 비전을 찾아보기도 한다.

이러한 작업들이 이루어지는 매개물은 책이다. 각 각의 책은 세상을 해석하는 저마다의 세상이요 시각이다. 책을 통해 우리의 사유는 세상에 들어가서 그 세상속을 헤집고 세상을 파악한다. 내가 어렸을 적 나무와 흙이 가득한 자연 속을 헤집고 돌아다니다 해질무렵 흙투성이가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갔듯이 책 속의 세상에서 옷이 흙투성이가 될 때쯤에서야 비로소 나에게로 돌아오는 그 여행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며 그것은 또한 세상을 더욱 알아가는 체험이 될 뿐만 아니라 그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무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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