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노래
고은 지음 / 민음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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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은 시인 하면 나이와 세월에 관계없이 늘 우리에게 끊이지 않는 시창작과 현실 참여로 그야말로 예비역을 모르는 현역시인으로 떠오른다. 갇힌 자아에, 화석화된 과거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그의 의지는 '절벽'이라는 시에서도 잘 나타난다. '아늑한 방을 뛰쳐 나왔다' '그 절벽으로 달려 갔다'에서 이제 그 나이쯤이면 편히 쉬며 인생을 흐르는 대로 살 수도 있으련만....'부동자세 거기에 온몸 부숴버려야겠다' '보라 내 늙은 안식 사악하여라'에서처럼 늘 자신을 부정하며 새롭게 만들어가는 자신에게서 우리는 나이에 아랑곳없이 새로운 도전과 지적 탐색으로 생명력 넘치는 한 시인을 접하게 된다.

'일인칭은 슬프다' '매향리' '미국' 등의 작품에서 그의 청청하고 부릅 뜬 역사의식을 보여주고 있으며, '시' '모방' '절벽' 등의 시에서는 자아성찰과 존재의 깊은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큰 이야기' '저녁'에서는 이 모든 것을 느낄 수가 있다. 그의 시는 깊은 역사의식과 현실 참여가 하나의 씨줄이 되고 종교의식과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이 날줄이 되어 그의 삶이라는 몸에 맞는 옷감이 된다. 그것은 또한 다채로운 시가 된다. 여기 그의 시 한 편을 옮긴다.

저녁 -진실은 저녁에 온다누구에게는 빈 가슴이고누구에게는 어둠의 시작이다그것은 너무 늦게 와서 하나하나 이야기가 된다벌써 술집 불빛들 서둘러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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