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 지혜 -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티벳의 지혜
소걀 린포체 지음, 오진탁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의 할머니가 앓아 누운지도 6달이 되어간다. 처가집에 들러서 할머니 머리맡에 앉아 있으면 할머니는 할머니의 불편한 몸과 걱정거리에 대한 많은 말들을 풀어놓으신다. 여든이 훌쩍 넘어버린 할머니가 다시 건강을 찾아가는 것은 힘든 일일 것이다. 이제 할머니는 어쩌면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계신지도 모른다. 마음이 다시 건강한 옛날의 기억을 떠올리고 그 날의 말들을 나에게 풀어놓으실 때에 나는 안타까움을 느끼곤 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앞에서 우리는 두려워하고 외면하려 한다. 하지만 죽음은 필연적으로 우리를 이 세상에서 몰아낸다. 하지만 사실 죽음이란 지금 우리의 삶속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 하루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죽음이 우리에게 언제 어떤 모습으로 올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 그 예측하지 못한 죽음으로 인해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죽음도 일상적인 삶의 전개과정으로 여기고 죽음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갖고 살게 된다면 우리가 사는 삶의 가치와 그 방향이 보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조명될 수 있다.

이 책은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티베트인의 지혜를 엮은 책이다. 자신이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과 죽음 이후의 상태를 언급하고 삶의 목적을 죽음으로부터 재조명함으로써 우리 인생이 갖는 의미를 제자리매김하고 영혼의 성장을 위한 명상법과 죽음의 순간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영혼 성장의 기회를 온전한 의미를 다하게 보내는 방법을 여러 가지 명상법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물론 내가 그 명상법을 대부분 이해하지 못하고 체험할 수 없지만 삶과 죽음에 대한 나의 인식을 더욱 넓혀 준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단지 자신의 영적 성장만을 위한 수행법을 강조하고 있지는 않다. 이 책은 우리의 영적인 성장이 많은 타인의 죽음을 보다 잘 준비해서 맞이할 수 있도록 돕게 하고 그럼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죽음이라는 마지막 삶의 기회를 통해 인생의 과제를 잘 파악하게 하고 영혼의 성장을 위한 기회로서 활용하게 돕는다. 자신의 수행이 단지 자신만을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보다 영적으로 성장시키는데 사용할 것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 성장해야 한다. 에이즈에 걸려 불과 2년동안 불교 공부를 하다 삶을 마감한 릭의 예는 우리에게 진정한 죽음을 준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우리가 수행의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그 때가 바로 수행의 시작되는 순간이라는 그의 말은 올바른 수행이 과연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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