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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그 상식을 뒤엎는 역사
쓰지하라 야스오 지음, 이정환 옮김 / 창해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한 때 와인을 놓고 부르조아의 음식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었다; 물론 와인의 맛과 종류를 잘 아는 친구의 식도락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 사실이었다. 내 주제에 향기와 맛좋은 와인이 도대체 뭐야? 라고 말이다.
인류역사상 사람이 음식에 쏟아부은 관심과 열정만큼 큰 것도 잘 없을 것이다. 음식의 맛이 바로 음식의 멋이 되고, 그 음식의 멋을 위해 인류가 치른 희생은 너무나도 컸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중세 말 14~5세기에 걸친 영국과 프랑스와의 백년전쟁이 와인으로 인해 야기된 것임을 당신은 알고 있는가? 향로를 얻기 위해 신항로의 개척에 나섰다가 죽은 수많은 영혼들을 기억하고 있는가? 감자가 사람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대기근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의 생명이 사라지고 난 후라는 사실도 알고 있는가? 그 밖에도 음식하나로 인생이 뒤바뀌어버린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어찌 여기서 다 이야기할 수 있을까?
사람의 일생은 여러 가지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로써 채워진다. 부욕, 명예욕, 성욕, 식욕 등등....하지만 그 중 사람이 탄생하면서부터 죽는 그 순간까지 누구나 변함없이(물론 정도의 차이는 조금씩 있겠지만....)요구하는 욕구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식욕이 아닐까?
식생활의 습관을 놓고도 문명과 야만을 구분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한국인의 식습관은 밥그릇과 국그릇을 식탁에 놓고 수저를 사용해서 먹는다. 이를 두고 일본인은 짐승의 식습관이라고 한다. 반면 일본인들의 밥먹는 모습은 밥그릇을 들고서 젓가락으로 먹는다. 이를 우리 나라에서는 걸인의 밥먹는 태도라고 비하한다. 힌두교도들은 소를 먹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이슬람교에서는 돼지를 먹는 것을 금기시한다. 그리고 지금도 전 세계인구의 40%가 손으로 음식을 먹는다.
음식도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다. 우리는 외국의 여러 가지 문화현상들을 대할 때 가지는 여러 가지 편견들을 피해야 한다. 국수주의적 입장에서 자신만의 문화를 좋은 것으로 보고 낯설고 어색한 것은 야만인들의 행각이라고 일컫는 태도는 잘못되었다. 음식문화를 바라보는 관점 역시 마찬가지다. 그 문화가 형성되고 발전되어온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그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많은 문화적 세계화의 시대에 살게 되었다. 음식문화도 예외일 순 없다. 그렇다고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세계화 추세에 맞춘다고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다. 단지, 우리가 먹는 새로운 음식들을 단지 즐겁게 즐기면서 먹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자, 이제 와인을 한 잔 들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