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시애틀 추장 외 여러 명의 인디언 지음, 류시화 옮김 / 정신세계사 / 1993년 8월
평점 :
절판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대지는 우리의 일부분이며 우리는 대지의 일부분이다.'라고 하는 시애틀 추장의 말은 자연과 우주에 대한 깊은 진리를 포함하고 있다. 이 글들은 미국의 아메리카 개척 과정에서 나타난 인디언 부족들의 소멸과정에서 그들의 부족을 대표하는 추장들의 백인들에 대한 연설문의 형식으로 적은 것이다. 비록 그들은 자신들의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땅과 대지를 백인들에게 빼앗기고 그들의 생명과 종족의 전통마저 모두 빼앗겨버렸으나 그들의 말 속에는 단지 분노와 좌절의 메시지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대자연과 사랑과 포용 그리고 이해와 관용을 담고 있었다. 문명세계가 대상을 인식하는 방법은 오로지 현상적이고 피상적인 것이지만 그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관심과 사랑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그들은 자연과 정령들과의 영적인 교감을 중요시하였고, 타인에 대한 사랑과 이해와 자비심이 그들의 영혼을 성장시킨다고 믿었다. 그것은 오로지 대상과 자연을 소유하려고만 하는(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무시하고) 문명인들의 그릇된 사고와 상반되는 태도였다.

우리가 한 사람을 사랑하고 오랫동안 그와의 친분을 쌓아가다 보면 비록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그의 생각과 감정을 알게 되는 때가 있다. 그와 같은 방식으로 인디언들은 사람과 생명체 그리고 대자연을 대하면서 우리가 태초에는 가졌으나 이제는 잃어버린 여러 가지 감각들을 넓혀 갔으며 그것은 그들의 영혼의 성장에 도움을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애완동물을 길러봐도 그 동물과 우리는 교감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와도 우리는 교감할 수 있다. 단지 우리 문명인들은 그런 감각을 잃어버리고 살아왔을 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우리 문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견해를 갖게 되었다. 이기심, 소유욕과 자연에 대한 지배욕, 타인에 대한 우월감과 지배욕은 자연에 대한 파괴와 인간에 대한 불신을 낳게 되고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 제도적 갈등과 계급적인 갈등들은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가져오게 되고 결국 그것은 우리의 영혼을 황폐화시키고 결국엔 우리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게 됨을 알았다.

물질적인 삶의 향상에만 인생의 가치를 두고 살아가는 것은 우리의 삶을 더 이상 의미있게 하지 못한다. 우리가 이 삶을 살아가는 데는 각각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나에게 주어진 이 삶의 의미와 교훈이 무엇일까? 그것은 단지 지식을 쌓음으로써가 아니라 자신의 영적인 목소리를 스스로 들을 수 있게 될 때 비로소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활동영역을 외부로만 넓히며 물질적인 성취에서 보람을 느끼는 생활을 전환시켜 내 속으로의 여행을 떠나 나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