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6
에밀 아자르 지음, 지정숙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5월
평점 :
절판


자기 앞에 놓여진 삶을 대하는 방식들과 그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누구나가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런 방식들은 천차만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삶들 속에 누군가는 태어나면서부터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행복을 누리고 살고 있는가 하면 다른 누군가는 그야말로 존재자체가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야 하기도 한다. 독특한 자신의 삶을 지켜보다가 그런 관찰 속에 생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글을 쓴 작품이 하나 있다. 에밀 아자르라(그는 로맹 가리와 동일인이다)는 이름으로 쓴 이 작품은 바로 자신의 죽음을 앞에 놓고 자신의 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작품이 좋으면 그만이지, 작가가 누구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라는 말로 프랑스 문학에 파장을 남겼다. 이렇게 익명으로 글을 써서 그는 세상에 유일하게 콩쿠르상을 두 번 수상한 사람이 되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하메드라고 하는 주인공은 창녀인 어머니와 정신병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버려진 아이이다. 또한 그는 옛날 창녀생활을 하였고, 지금은 창녀의 버림받은 아이들을 돌보아주는 로자 부인의 손에 의해 자라고 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떳떳하게 세상을 대하고 있으며 자신의 삶에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인간의 감정과 생각에 대해 천재적인 발상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고 있다. 비록 그는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세상에서 가장 소외되고 가난한 삶을 영위하고 학교에서도 내몰리고 어디 한 곳 자신을 따뜻하게 받아주지 않는 세상에서도 낙관과 희망과 삶의 기쁨을 간직하고 있는 재능있는 소년이다.

그녀를 키워 주던 로자 부인의 건강이 악화되고 생명의 불씨가 꺼져가면서부터 모모(모하메드)는 자신의 진짜 나이도 알게 되고, 로자 부인의 자신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또한 자신도 로자 부인을 깊이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비록 로자 부인의 거짓말로 자신의 아버지가 죽음에 이르는 상황을 접하면서도 그는 오히려 로자 부인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는 것을 보게 된다. 자신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가난과 하류층 생활 속에서도 느낄 수 있는 없는 자들이 나누는 사랑과 친절에 그는 삶이 그냥 포기하기엔 너무나도 아름다운 것이란 걸 깨우치게 된다. 하밀 할아버지며 자신을 귀여워 해주는 롤라 아주머니, 카츠 선생님 등의 인물들은 그가 세상을 대하는 그만의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다.

삶의 남은 여생을 통해 볼 때 우리의 인생은 어쩌면 더욱 추해질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오히려 그 삶이 더욱 절실하고 그래서 더욱 가벼이 여길 수 없이 소중한 그 무엇이 존재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 남은 여생은 바로 우리들의 앞에 놓인 우리들의 인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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