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 서문문고 6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 서문당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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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또예프스키의 처녀작이자 출세작인 이 작품은 그가 처음으로 관심을 같게 된 민중의 삶을 편지형식의 글을 통해 아주 훌륭하게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글이다. 고아인데다가 가난하고 몸이 약한 처녀 카레린과 그를 지켜주고 사랑과 연민을 아낌없이 주는 40대 중반의 하급 관리 마카르와의 애절하고도 순박한 사랑이야기가 우리들로 하여금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카레린의 몸의 약화와 궁핍을 극복하기 위해 마카르가 자신의 재산과 생존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녀에게 쏟는 헌신은 돈이 있는 부자가 가난한 자들에게 베푸는 적선과는 차원이 다르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이 과연 무엇때문에 이렇게 가난해야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과연 그들의 잘못인지 묻고 있다. 가난 그 자체는 그 가난을 짊어진 사람에게 아무런 잘못도 묻지 아니하나 사람들은 그 가난에 대해 잘못을 묻고 그 가난을 짊어진 사람들을 경시하고 무시한다. 가난하기 때문에 당해야 하는 설움들과 생존의 위협과 짓밟히는 인간의 존엄성이 이렇게 적나라하게 보여질 수 있다니....

가난은 사람의 마음까지도 병들게 하고 가난한 사람의 마음을 타락시키기도 한다. 가난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앗아가고 그 사람을 속물근성으로 가득 차게 만들고 사람을 그 사람이 가진 돈에 의해 평가하게 한다. 결국엔 카레린마저 돈 때문에 자신의 진정한 연인이자 벗인 마카르를 떠나는 모습은 과연 가난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끔 한다.

가난 그 자체가 무슨 죄가 될까만은 가난 그 자체가 죄가 되고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은 사회의 쓰레기취급을 받아야 하는 현실, 이 가난때문에 세상에 가장 중요한 가치인 사랑과 믿음마저도 저버리게 되는 현실, 물론 몸은 떠나도 사랑은 마카르에게서 떠나가지 않고 카레린의 가슴 속에 남아 있지만, 결국엔 마카르는 사랑의 교류를 하지 못하고 절망속에서 죽어가야 할 운명을 맞게 되지 않는가?

가난한 사람들에겐 사랑도 그 실현도 주어지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은 어쩌면 물질주의를 사는 현대 사회의 유형화된 모습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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