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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한국학
J. 스콧 버거슨 지음, 주윤정.최세희 옮김 / 이끌리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미국인 문화건달 스콧 버거슨이 한국에 체류하며 살면서 느낀 한국사회에 대한 자신의 문화적 진단서라 불릴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인이 아니면서 한국에 살면서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은 한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동시에 한국적인관점의 결여와 애정성의 결여로 인한 무책임성의 단점도 동시에 가진다고도 할 수 있다. 그의 한국민족의 기원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들(한민족의 기원이 유태인이나 그리스인일 수 있다는 점)은 자칫 한국민의 정체성을 깡그리 무시하는 그야말로 발칙한(?) 한국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에 체류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인을 비롯한 유럽인들과 아메리카인들의 눈을 통해서 본 한국사회에 대한 여러 가지 느낌들과 진단들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민의 문화적 정체성의 결여와 서구문화에 대한 무차별적인 추종이 보여주는 천박함과 그런 가운데서도 외국인들에 대한 반쯤의 동경과 반쯤의 배척적인 감정들 그리고 비 서구인들과 백인종을 제외한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무시는 우리 사회가 가진 관용성의 수준이 얼마나 낮은 것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스콧 버거슨의 사회조사방법에 몇 가지의 만족하지 못한 방법론적인 문제점들이 있다. 국적이나 체류기간 또는 체류목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물음으로(그것도 추상적이어서 어떤 구체적인 지표나 증명할 방법이 없는 개념의 사용 등) 설문을 했다는 점과 북한 사회에 대한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똑같은 한국학으로 분류한 데다가 온통 비판일색으로 일관한 점은 적어도 그가 한국사회에 대한 객관적인 파악 지표는 가지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좋은 기분으로만 읽어가지 못한 원인중의 하나는 그가 우리 사회와 문화에 대한 애정이 결핍되어 있다는 것이다. 개고기 문화나 몇 가지의 내용에서 서구중심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모습은 보이지만 그래도 그가 살면서 형성되어 온 문화적 가치관의 잣대를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문화상대주의적 관점을 온전히 견지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한국에 대한 진단은 가볍고 독특하며 정직하며 새롭다는 점에서 그리고 우리 사회의 문화가 가진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번 쯤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