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4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0년 11월
평점 :
절판


서른 살이 훌쩍 넘어 버린 내게 다섯 살의 기억으로 떠올려지는 것들이 별로 없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다섯 살 때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시골에서의 자연 속에서의 삶들, 겨울철 꽁꽁 언 개울가에서 썰매를 지치던 기억, 저녁나절 아이들과 술래잡기를 하다가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다들 들어가고 할머니와 혼자 살던 나만이 우두커니 술래가 되어 어두워진 동네 한구석을 바라다보던 기억들...그것은 어쩌면 나의 행동과 관련된 기억의 단편들이다. 그때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 책은 다섯 살 된 어린아이의 순수한 눈을 통해 본 세상과 사람과 사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제제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상상력이 풍부하고 말썽을 잘 피우며 깊은 생각을 갖고 있는 영리한 아이이다. 하지만 집안사정은 아버지의 실직으로 아주 어려워지고 어머니와 누나가 공장에 나가면서 가정에는 즐거움이 사라지고 그 속에서 제제의 말썽은 가족들의 질시와 눈총을 받게 되고 때로는 심한 매질을 당하게 된다. 그의 이러한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은 그가 가지게 된 새 집의 키작은 오렌지 나무와의 만남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세상을 키워가게 된다. 어린 영혼의 순수함으로 나무와 나누는 여러 가지 대화들 속에는 자신의 순수한 생각과 꿈과 희망이 담겨 있다.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그가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친구로 생각한 포르투가와의 만남은 그의 생활에 있어 즐거움과 생기를 가져다 주었다.

그와의 만남을 통해 그는 밍기뉴(슈르르카)아닌 또 다른 대상에게 자신의 마음 속의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고 따라서 포르투가는 그에게 있어 아주 중요하고도 친한 존재가 되었다. 포르투가는 제제가 아주 속이 깊고 영리한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따라서 외로운 객지생활에 많은 위안을 받게 된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잘 이해하고 그만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느낄 때 그 두 사람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됨을 알 수 있다. 포르투가의 뜻하지 않은 죽음은 어쩌면 어린 제제가 자살을 결심했을 때 망가라치바(기차)에 치일 결심을 한 것이 복선이 되었을런지도 모른다. 그의 죽음이 불러온 제제의 마음의 변화는 이미 제제에게 라임 오렌지 나무보다 포르투가에게 더 많은 사랑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자신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의 죽음을 통한 어린 아이의 순수한 영혼의 상처와 성장의 이야기는 우리들 모두의 마음 속에 잠재해 있는 순수한 영혼을 불러 내어 세상에 대한 아름답고 깨끗한 사랑을 쏟아내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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