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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맨 처음 사랑이 아니다
틱낫한 지음, 이아무개 (이현주)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 한 권이 사람의 마음을 이토록 평화롭게 만들고 그 내용을 읽으면서 마음의 티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책에 몰입할 수 있는 책은 그리 흔치가 않다. 이 책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 본질에 대한 접근을 통하여 사랑의 의미와 인생의 의미, 그리고 역사적 차원의 존재가 아니라 궁극적 차원의 존재에 이르는 길을 우리들에게 제시해준다.
'첫 사랑은 맨 처음 사랑이 아니다.'라는 말의 의미도 나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전 우주의 만물이고 따라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구성하는 것들도 그러하니까 궁극적 차원의 존재에 있어 시작과 끝이 없고 유래가 없으니 순서적인 의미라든가 시간적 의미가 없는 것이다. 틱낫한 선사는 자신의 젊은 시절의 사랑의 에너지를 존재의 본질로 다가가기 위한 노력으로 돌릴 수 있었던 사람이다. 그의 여러 저서들이 하나같이 읽는 이로 하여금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고 잔잔한 미소를 머금을 수 있게 하는 것은 그가 가진 맑고도 선한 영혼의 기운 때문이 아닐는지......
그는 이 책에서 <금강경>, <법화경>, <화엄경>의 불교 경전을 대중이 알아듣기 쉬운 언어로 표현하면서도 그 내용을 뚜렷하게 전달하는 뛰어난 표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에게 있어 세상 사람들에 대한 마음 속에 늘 자리잡은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가 이 책을 통해 전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비록 자본의 횡포와 힘에 의한 논리가 지배받는 세상에서 생명과 인간의 존엄이 무참히 짓밟히고 대자연의 파괴가 급속히 진행되는 이 지구라는 별에서 그나마 우리가 희망을 생각하고 때로는 삶의 기쁨을 발견할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저자와 같은 높은 의식의 소유자들이 뿌리는 세상에 대한 사랑과 자비의 기운일 것이다.
이 책을 번역한 이 현주 목사님 역시 사물과의 대화를 통한 시작으로 나의 영혼을 밝게 해주시는 분이다. 이 두분의 만남은 저자의 의식과 마음이 번역자의 마음을 통하여 잘 전달되는 선례를 제시하고 있다. 언어와 개념적 틀에 의한 마음과 의식의 왜곡이 많은 세상에서 비록 역사적인 차원의 몸과 시간을 달리하고 있어도 궁극적 차원에서 직접 교류하는 마음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