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 나이듦과 변화 그리고 아름다운 마무리
람 다스 지음, 강도은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작년에 내가 맡고 있는 한 학생의 여동생이 백혈병에 걸려 병문안을 간 적이 있었다. 중학교 2학년인 그녀는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병에 걸려 절망적이고 두려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을 처음 대하던 순간 그녀의 부은 얼굴에서 살며시 머금고 있던 미소는 커다란 불행과 고통 속에서도 그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여느 사람과 같이 일상생활의 작은 즐거움에도 웃음을 띨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나는 참으로 놀랐다. 열 다섯 밖에 되지 않은 그녀의 의식은 이미 훌쩍 성장해버린 것이다.

이 책은 뇌출혈에 걸려 일상생활의 모든 것들을 남의 손을 빌려서만 생활이 가능한 한 수행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우리가 흔히들 기피하고 두려워하는 나이듦과 변화 그리고 죽음에 대해 그는 우리에게 좀 다른 시각의 관점을 제공한다. 그의 영적 스승 마하라지와의 수행을 통해 그가 갖게 된 의식의 변화는 자신의 삶을 영적인 관점에서 성찰하게끔 하였고, 그 성찰은 다시 이 책을 통해 나의 인생과 노년을 다시 성찰하게끔 했다. 자신이 가진 몸의 아픔을 깊이 느끼고 받아들여서 결국은 그 아픔을 끌어안아서 사랑의 기운으로 전환시키는 그의 놀라운 능력은 내가 살아오면서 가졌던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병들과 상처 그로 인한 아픔과 고통을 대하는 방식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비록 단정하지는 못하지만 아직 살아가야 할 날들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 책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나이와 입장에 처해 있지만 적어도 일상에서 느끼는 크고 작은 몸의 상처와 아픔들을 대하는 방식과 자연스럽게 쇠퇴해가는 몸의 상태를 좀 더 자연스럽게 들여다보고 때로는 그것을 떨어져서 의식으로 응시함으로써 내 삶의 가치와 방향에 대해 차분히 성찰해보는 계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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