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 학고재신서 1
최순우 지음 / 학고재 / 1994년 6월
평점 :
절판


언젠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서구형 신체를 가진 여성을 옷벗겨 놓고 남성들이 모두 TV앞에 앉아서 눈요기하는 무대라며 이에 반대하며 Anti 미스코리아 대회를 서울의 대학가에서 열었던 적이 있다. 이는 미에 대한 기준이 단지 외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적인 것에 있다는 역설과 함께 외면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서구에서 들어온 서구적인 미가 아니라 한국적인 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끔 하였다.

이 책은 작고한 최순우 선생님의 한국 사랑, 민족 사랑의 인생역정이기도 하고 그의 바르고 한국적인 애정의 눈을 통해 본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한 참다운 미의 서술이기도 하다. 일상적이고 서민적이고 평범하고 소박한 우리의 문화유산도 그의 눈을 거치면 은은한 아름다움으로 다시 피어오르고 하나의 작품을 통해서도 그 내면에 깃든 장인의 마음까지 읽어내리는 그의 넓고도 깊은 혜안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그의 사사를 받은 유홍준 교수가 이념이라는 흑백논리의 세계가 바뀌자 미학에 대한 그의 진면목이 세간에 널리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다. 석탑, 건조물, 주택양식의 건축물에서도, 도자기, 사기, 탈, 관, 고리, 종 등의 공예에서도, 산수화, 풍경화, 인물화 등의 회화에서도 우리들의 삶이 자연과 잘 어우러졌던 조화미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물질 만능주의에 의해 파괴되는 자연과 그로 인한 인간의 각박한 삶 속에서 진정으로 행복한 삶과 참된 아름다움이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현대의 과학기술로도 따라잡지 못하고 여전히 의문과 감탄 속에 신비로 남아 있는 우리의 문화유산은 어쩌면 근대화로 인해 잃어버린, 하지만 우리가 되찾아야 할 아름다운 삶의 모습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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