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풍경
신경림 지음 / 문이당 / 200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사람의 일생 속에 담긴 한국의 역사와 그 속에서 느끼는 인간적인 아름다움과 자연미 그리고 사랑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신경림 시인의 자서전적 에세이의 성격을 띠고 있는 이 책은 의병전쟁의 의미와 양반의 기회주의적 속성과 민중의 우직함이 있으며, 한국동란이라는 재앙과 그것이 몰고 온 참담한 실상들도 볼 수 있다. 또한 일제 잔재의 청산을 이루지 못하고 왜곡되고 삐뚤어진 역사의 흐름에 저항하고 반기를 들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유신체제의 폭압 속에서 문학적 양심을 외치며 독재에 반대하며 잡혀가고 고문당하고 사라지는 비운의 날들에 대한 기록이 있는가 하면 이러한 핍박과 고통 속에서도 감히 뿌리 흔들리지 않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믿음과 신뢰가 있음을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갖가지의 전란과 독재와 가난 속에서도 꿋꿋하게 삶을 지탱해 온 우리 민중들의 애환과 소박함과 때로는 욕심과 탐욕까지도 정겨운 것은 왜일까? 그의 나이가 점차 들어감에 따라서 산업주의와 물질주의의 횡포가 우리 사회와 민족을 지배하는 과정에서 사라지고 있는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풍경들에 대한 그의 한숨과 절망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없지 아니하다. 물론 그는 일관되게 성인의 삶을 살아간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삶 속에 담겨있는 소박한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과 세상살이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물질주의와 사이버공간이 우리의 감정과 감각을 메마르게 하는 지금의 시점에서 잔잔하고 애틋한 울림을 주는 이유는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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