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
클라스 후이징 지음, 박민수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클라스 후이징의 이 책은 책은 무엇이고 책읽기란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해 우리에게 고민거리를 제공한다. 책읽기는 어떠한 경우에 이로우며 어떠한 경우에는 해로운가에 대해서 말한다. 이 책은 18세기의 역사적 인물인 요한 게오르크 티니우스라고 하는 책벌레를 통해 책에 대한 열정과 집착과 광기를 그려내는 동시에 2세기 후의 또 다른 책벌레인 팔크 라인홀트라는 인물과의 연결을 통해 책읽기가 가지는 여러 가지 해악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책읽기 그 자체는 우리에게 많은 지혜와 깨달음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그것이 이기심과 욕망과 소유관념에 끈적하게 들러붙게 되었을 때에는 여러 가지 해악을 나타낸다. 책은 인간의 사고를 글로 남겨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게 만듦으로써 기억력을 쇠퇴시키고 망각이라는 해악을 가져오는 것처럼 글과 책을 소유하려고 하는 강한 집착이 결국에는 사람의 목숨을 앗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텍스트가 읽는 이의 핏줄이 되고 양식이 되며 갈증을 해결하는 시원한 음료수가 된다는 그의 표현은 책을 사랑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결코 느낄 수가 없다. 작가가 신이고 작가의 무한한 창조의 글들은 그 속에 설정된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외모와 지혜 그리고 모든 것을 창조해낸다. 따라서 책 속에는 창조주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독서에의 몰입을 통해 창조주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책이 가진 매력 속에 흠뻑 빠져버린 두 살인자는 어쩌면 그들의 성격이 비도덕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신이 설정한 그들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것뿐이라는 저자의 말 또한 일면의 타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리라. 이렇듯 우리가 책 속에 글 하나하나에서부터 문장을 읽어가며 몰입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비로소 이 책이 가진 마법 속에 깊숙히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그때에는 이 책에 소개되는 많은 책들과 잘 짜여진 구성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고 비로소 책이 주는 매력에 흠뻑 젖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어느덧 자신의 내면속에서 집을 짓고 그곳에서 머물며 빠져나오기를 싫어하는 달팽이의 모습을 갖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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