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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편지
법정 지음 / 이레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법정 스님의 이 글들은 강원도의 어느 두메 산골에 자리잡은 오두막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연 속에서 자연이 내는 소리에 귀담아 자연이 전하는 깨우침의 메시지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다. 사실 이 오두막 생활은 그에게 있어 수도생활이다. 작은 일상의 단면에서 마음을 몰입함으로써 얻게 되는 세상과 사물이 가진 본질적 속성을 담백하고 깨끗한 이야기로 제시함으로써 물질주의의 횡포에 시달리며 온갖 감각의 지배하에 살면서 투명한 마음의 눈을 갖지 못하는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 준다.
하지만 이 글은 흔히들 얘기하는 수도승의 수행과는 좀 다른 색깔을 드러낸다. 많지는 않지만 스님의 몇 안되는 글 중에 담긴 정치와 사회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는 그 색깔을 더욱 뚜렷하게 한다. 차라리 이런 글들은 책에 담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도를 추구하는 자는 속세의 일을 멀리하고 오로지 정진하는데 몰입하더라도 그의 삶과 깨달음은 중생들에게 더욱 큰 감화를 주게 됨을 성철스님을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속세에 대한 그의 가르침 한 수는 오히려 아껴 두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일상생활에 대한 편안한 소재에서 출발하여 삶과 생명 그리고 우리 인생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짐으로 해서 우리가 생활 속에서도 좀 더 깊은 생각과 침잠을 통해 삶의 의미와 본질에 대한 깨달음으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언가를 얘기하고 있다. 바로 '순박하고 진실한 마음이야말로 도의 터전'이라는 그의 말은 이기심과 욕망의 폐해가 우리들의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고 멍들게 하는 이 사회에서 우리 모두가 간직할만한 교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