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국가 - 미국의 세계 지배와 힘의 논리
노암 촘스키 지음, 장영준 옮김 / 두레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 선정에 대한 미국의 구매압력이 거세어지고 있다는 기사가 연일 보도된다. 미국의 횡포와 압력에 우리 나라는 너무나도 굴욕적인 자세를 취해 왔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대부분의 국가에 비이성적이고 광폭한 횡포를 부리는 깡패국가 미국의 인권 유린의 역사를 고발한 촘스키의 이 책은 분노와 흥분을 넘어 절망과 체념이라는 단어가 나의 생각을 지배하게 한다.

그는 앞의 많은 지면들을 근대사에서 미국이 저지른 수많은 국가에서의 살상과 인권유린 사례들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서술에 할당하고 있다. 그는 인권을 보호하고 세계 평화를 유지하려는 국제 질서에 구속되지 않고 자국의 이익에 의해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무관심을 표명하는 국가들의 전형인 미국을 불량국가라고 지목하고 있다.

이라크에 대한 군사 공격, 코소보 지역에서의 인종 말살, 동티모르 지역에서의 인종 청소, 콜롬비아에서의 살상, 쿠바의 경제 제재와 그로 인한 살인과 폭력, 라틴 아메리카에서 저지른 직접적인 수많은 인명 살상과 군부 독재 정권의 비호와 그 아래서의 간접적 학살, 폭력 등의 사건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미국의 이해관계'라는 논리는 세계 최강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춘 미국이라는 나라를 움직이는 핵심 계층이 어쩌면 위험한 광신도들의 집단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후반부에서 그는 이러한 미국의 이해관계의 해부를 위해 시선을 미국 사회의 내부로 돌린다. 미국이라는 최강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춘 사회의 내부는 그야말로 빈부의 격차가 전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곳이며 노동조합이 가장 처참하게 파괴된 곳이며 또한 하층민중들의 삶이 가장 급속도로 악화된 사회의 모습을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따라서 미국이 제 3세계에서 자행한 거대한 살상과 폭력의 내부 정당화인 '미국의 이익'이란 다름 아닌 미국 특권층(기업가와 권력가)의 이해관계임을 드러내고 있다. 존 듀이가 '정치는 기업들이 사회에 드리우는 그림자'라고 했듯이 그 추악하고 시커먼 그림자 속에서 고통받는 민중들의 신음과 절규가 현실의 미국 사회에 실재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따라서 국가의 주요 임무라는 것은 위험과 비용을 사회화하는 것이고 권력과 이윤을 사유화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결국 제 3세계의 국민의 인권에는 무관심한 사유화되는 권력과 이윤만을 고집하는 그런 불량국가의 횡포가 더욱 거세어지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라고 그는 경고한다.

소련 사회주의 붕괴 이후 더욱 기세등등한 미국의 깡패행위는 안하무인의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면 과연 이 광신도들에 의해 지배되는 불량국가의 죄악적 행위를 어떻게 막아야 하는가? 그것에 대해 그가 이 책에서 직접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것은 없다. 사회주의권의 몰락 이후 자본 쪽에 완전히 기울어진 '자본과 노동간의 갈등'에서 이미 노동의 힘은 완전히 해체된 것이 아닌가 하는 물음을 갖게 한다. 그러면서 결국은 자본주의에 대한 맑스의 진단으로 다시 문제를 되돌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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