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를 부는 장자
루쉰 지음 / 우리교육 / 1996년 1월
평점 :
절판


고사신편(故事新編)이라는 원제를 갖고 있는 이 책은 중국 근대문학의 아버지이자 거대한 봉우리인 노신(루쉰)의 마지막 작품이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역사적 지식의 빈약을 느끼는 나로서는 역사적 사실과 관련된 여러 가지 용어와 개념에서 어느 정도의 혼란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진 독창성과 문학성과 역사적 책임을 온몸으로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은나라와 주나라의 이야기를 담은 '고사리를 캔 백이와 숙제', '홍수를 막은 우임금'과 춘추시대의 제자백가를 중심으로 한 여러 이야기(호루라기를 부는 장자, 전쟁을 막은 묵자, 관문을 떠난 노자)와 여와의 신화 이야기들은 그 시대적 배경을 달리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노신이 살고 있던 당시의 상황을 빗대고 풍자하여 우회적으로 현실을 이야기하기 위해 쓰여진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는 정부의 탄압을 받으며 자신의 저서들이 금서로 지정받는 가운데, 심지어는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처연하게 이 책을 마무리지었던 것처럼 자신의 사상에 강한 확신을 가졌으며 그 모습만큼 당당하게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이 글들을 통해 볼 때 그는 바로 민중의 사관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현실을 무시한 상대주의가 알몸으로 재생한 한 젊은이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어서 다급하게 호루라기를 불어 경찰에게 도움을 청한 장자의 이야기와 벼슬과 명예와 탐욕을 버리고 바른 것을 추구하며 청렴하게 살아가는 노자와 묵자 이야기, 농민들의 의복과 모습으로 홍수를 막기 위해 마누라와 아들도 팽개치고 불철주야 뛰어다닌 우( )의 이야기와 그의 신화화에 대한 비판과 풍자, 존경과 위대함으로부터 끌어내려 인간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 여러 성현들의 이야기는 바로 그가 누구의 눈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지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그가 다름 아닌 이 민중들을 깊이 사랑하고 있으며, 역사는 바로 이들에 의해 이루어져 왔으며 또한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했으며, 그러한 민중들이 좀 더 현명하고 깨우치는 사람들이 되기를 소망하였던 것이다. 아무런 의미도 없이 모여 있는 군중이 아니라 자각이 있는 민중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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