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의 제국
에릭 슐로서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이론은 현실에 대한 어떤 입장에서의 서술이고 따라서 현실의 추상적인 일면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잘 정리된 이론은 사물의 본질을 꿰뚫음으로서 대상을 보다 객관적이고 총체적으로 그래서 보다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패스트푸드산업의 상징인 맥도날드사 햄버거의 일생 속에 담겨진 경제적 요인, 정치적 요인, 사회 문화적 요인들이 뒤섞여서 일구어내는 하나의 현실을 재생하고 있다.

슐로서는 미국 최첨단의 주요 군사 시설이 자리잡은 세이엔 산의 이야기로부터 이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이 세이엔 산은 바로 패스트푸드의 특징을 두 가지로 암시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하나는 세이엔 산의 최첨단 군사 시설과 마찬가지로 패스트푸드 산업이 최첨단의 과학기술과 식품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인들의 접근이 아주 제한되고 극심한 통제하에 있는 이 곳에서 아주 먼 미래의 고고학자들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의 흔적을 통해서 이 산업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을 말하고자 한다.

이 저작은 패스트푸드 산업의 배경을 형성한 사회 구조 변화와 여성의 직업 전선으로의 진출, 자동차산업의 발달(스피드 시스템으로 대표되는)과 대중 소비 사회의 등장, 10대에 초점을 맞춘 대중 문화와 대중 민주주의의 문제점들, 기업활동에 깊이 뿌리 내린 정경유착의 고리들, 농촌의 파괴와 농민층 분해로 인한 농업 문제와 환경 문제, O157균에 감염된 아이들과 도축과정과 패스트푸드 제조과정에서 드러난 생명을 위협하는 위생문제, 패스트푸드의 생산과 유통과 소비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10대 노동력, 이주민 노동자의 노동력 및 노동력 착취문제와 저임금, 저축가(低畜價), 산업재해와 보상문제, 제조물 책임과 소비자 보호 문제, 원자력과 방사능에 관한 문제, 그리고 정부의 시장개입과 그 역할에 관한 문제, 세계화의 문제 등 모든 이와 관련한 문제의 이면에는 바로 추악한 자본의 본질인 '이윤 추구 논리'가 도사리고 있음을 암시한다.

패스트푸드 산업의 특징은 대량 생산 체제에 따른 노동 과정의 단순화, 일관성, 통일성에 그 특징이 있다. 노동 과정을 최첨단 기계에 의해 단순화시킴으로써 인간의 노동을 단순화시킨다. 따라서 10대의 노동력 및 장애자 및 부녀자의 노동력을 저임금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이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게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패스트푸드 산업의 이직률을 높이고 이러한 노동자들의 조건이 노동조합 형성을 어렵게 한다. 이는 프랜차이즈와 정육업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게 된다.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의 패스트푸드의 맛과 재료와 기계 설비 등의 단일성과 통일성을 포함하여 그들의 패스트푸드 자본에의 복종도 역시 이러한 성질에 기인한다. 정육업체들의 생산과정과 노동과정을 규정짓는 것도 결국 이러한 속성 때문이다. 특히 정육업체의 자동화에 의한 노동과정에서의 노동강도의 강화는 미국의 정육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가장 단순한 노동을 하면서 또한 가장 위험한 노동에 종사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패스트푸드 업계의 문제점에 대한 몇 가지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그는 냉동식품이 아닌 생고기와 생 야채를 사용하여 음식을 만드는 소규모의 자영 레스토랑과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사슬만이 우리에게 있어 전부는 아니라는 뒤집은 생각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기업이 주인으로 떠받들어 모시는 '소비자 주권'을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가 그들의 안전할 권리를 스스로 찾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지당한 말씀이다. 하지만 뭔가 나의 뇌리 속에 찜찜하게 드는 생각이 있다. 그것은 패스트푸드 업계 자본이 어린 유아시절부터 의식화시키고 욕구를 창출하고 그렇게 해서 이젠 성인들의 의식조차도 패스트푸드의 왕국 속에 가두어버린 이 현실에서 과연 어떻게 그것을 극복해 갈 것인가 하는 의문 때문일 것이다. 잠든 이성과 인간성에 호소하는 양심의 소리가 과연 얼마나 큰 소용돌이를 몰고 올 것인가 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