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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것도 힘이 된다 1 ㅣ 카르페디엠 34
이상석 지음, 박재동 그림 / 자인 / 200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우리는 자신을 비추어본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바로 지금의 내 모습을 만들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이 상석 선생님의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를 읽은 것은 내가 대학교 2학년 때였다. 내가 교사의 꿈을 꾸면서 좋은 교사로서의 철학과 상(像)을 형성해 가는 시기였다. 그 책은 나에게 좋은 교사가 되라고 훈시하였다. 그 때에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이자 형이 하나 있었다. 지금 내 모습과 생각에서 이 형의 향기를 찾을 수가 있다. 지금 그 형은 울산에서 선생노릇을 하고 있다.
이 상석 선생님과 박 재동 님과의 사이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두 사람의 30년이 넘게 지탱되어 온 우정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나도 저런 사람이 주위에 있을까 하고 늘 생각하게 되었다.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읽어줄 수 있는 그런 친구 말이다. 나의 삶의 명백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내 현재의 생각과 사상을 다듬는데 커다란 영향을 미친 친구 말이다. 그 친구를 통해서 끊임없이 자신을 비추어보고 반성하고 앞으로 내딛을 수 있게끔 하고, 세상의 모든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꿈을 꾸게 하고, 그래서 세상이 든든해 보이게끔 만드는 그런 친구 말이다.
선생님의 글에는 풋풋하고 정겨운 옛 시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본의 논리가 더욱 거세게 몰아치는 비정하고 냉정한 이 현실에서 뭔가 따뜻하고 훈훈하고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인간미가 넘치는 이야기들이 있다. 두 직선이 만나서 갈라져가듯이 사람과의 만남과 헤어짐이 이 교차하는 두 직선 위에 인생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러나 박재동 님과의 관계는 마치 이 두 직선이 나란히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세월의 흐름에도 변함없이 항상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일정한 관계를 맺으며 나아가는 평행선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선생님의 글에는 또한 사랑도 있다. 외로운 외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려 시골을 떠나 부산으로 오는 길에 흘린 눈물이 있고, 사랑했던 옛 여인을 앞에 두고 그녀의 모습과 옛 생각이 어우러져 흘리는 눈물이 있으며, 아이들과 그들의 성장을 지그시 바라보며 사랑하는 그의 눈에도 눈물이 있다. 그 눈물이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키며, 세상을 보다 깨끗하게 둘러보는 아름다운 눈동자를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