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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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넘은 나이에 왠 '데미안' 할 것이다. 하지만, 자아가 완성되지 않은, 그래서 고통과 갈등과 방황을 통하여 자아를 형성해가는 젊은이뿐만 아니라 자아의 완성에 좀 느린 나같은 느림보들은 읽어보아야 하는 그런 책이 아닐까 한다.

데미안은 데블(devil)즉, 악마, 악령을 떠올리게끔 한다. 즉, 선과 악의 대립적 구분,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도덕적 구분은 세상을 이해하는데 절반의 진리밖에 주지 못한다는 것을, 그래서 다른 반쪽의 진리인 데미안을 통해서 우리는 세상의 진리의 참모습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헤세의 작품은 대부분이 비슷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깨달음이라는 것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에게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선한 것만으로 신이라는 존재에 가까워지려고 하지만 헤세는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시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어떤 신성을 통해서 진정한 절대자에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완성된 자아가 바로 그 목표이다.

숫나비가 암컷에게로 그 향기만으로 수킬로미터의 반경에서 무수히 날아드는 것은 바로 숫나비가 자신의 온 신경을 집중해서 그런 능력을 갖게끔 스스로 만들어가듯이, 동물의 영장인 인간이 어떤 스스로의 욕구에 의해 모든 몸과 마음을 집중하면 그 욕구를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자아의 성장을 위해 지금 갈등하고 고통스러워하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바로 데미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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