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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 헤세전집 5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5
헤르만 헤세 지음 / 민음사 / 199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생명의 태초의 신비를 안고 있는 우포 늪에서 내가 본 것은 시간의 소멸이었다. 그것은 태초에도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접하게 된 이 싯다르타라는 책은 바로 이 우포 늪에서 내가 느낀 시간의 소멸을 내 생각속으로 가져다 주었다.
싯다르타가 겪은 수많은 인간적 쾌락과 욕망과 거짓과 탐욕과 허무와 고통은 어쩌면 그가 완성된 자아를 형성하기 위하여 반드시 거쳐야만 하였던 과정은 아니었는가 하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 자아완성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이 모든 것을 순간과 동시에 영원으로서 느낄 수 있는 마음의 눈을 갖게 해 준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가 내면적인 수도과정에서 단절시켜버린 인간적 현상(인간의 고통, 쾌락, 돈, 명예, 등의 일련의 사회현상)은 좀 더 높은 수련의 과정에서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수용하고 이미 현실과 순간이라는 그 속에 담긴 영원성과 단일성을 파악하게 됨으로써 그는 이미 현실의 삶속에서 깨달음이 있다는 사실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완성된 싯다르타의 얼굴을 알아차린 고빈다의 눈에 보인 그 미소는 바로 고빈다 자신과 인간의 모든 감정들과 사건들과 강과 자연에 대한 평온하고도 완전한 사랑을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