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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눌프 - 헤세선집 8
헤르만 헤세 지음, 이노은 옮김 / 민음사 / 1997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내가 접하게 된 것은 한 여자 때문이었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으려 하던 내게 그녀는 이 책을 함께 권한 것이다. 두 책을 놓고 무엇을 먼저 읽을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내 삶에 드리워져온 그녀의 삶을 수용하듯이 선뜻 이 책을 먼저 잡게 되었다.
이 책은 나에게는 나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지금의 내 모습을 다시 생각하게끔 한다. 어쩌면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인 크눌프라는 인간이 끌렸던 이유는, 이루어지지 못했던 첫사랑의 아픔으로 인해 내가 잃어버린 사랑의 아름다움의 한 단편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인물을 거울삼아 나의 모습을 비추어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나는 너무나도 평범한 한 시민으로 살고 있지만....
헤세가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가지게 되고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가면서 또한 한편으로는, 예술가를 꿈꾸면서 느끼는 갈등을 크눌프라는 인물을 통하여 보여주려 하였듯이 나 역시 평범한 시민과, 물론 예술가는 못되더라도 뭔가 의미있는 삶과 세상의 진리에 접근하고자 하는 배움의 길에 있는 사람과의 갈등을 그를 통해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크눌프보다는 속세의 미련이 훨씬 더 많은 나는 그와 같은 삶을 살아갈 자신은 없다. 하지만 그의 삶을 통해서 나의 삶을 비추어보고 반성할 수 있는 작은 지혜는 다행스럽게도 갖고 있다. 비록 그는 어떤 직업도 가져보지 못하고 이곳 저곳을 배회하며 사회화가 요구하는 개인의 삶은 살지는 못했으나. 그에겐 다른 직장인들의 삶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관심을 갖고 보면서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삶이라고 해서 배척하지 않으며 오히려 따뜻한 이해와 사랑을 통해 자신의 삶을 실현하려 하였던 것이다.
결국은 그의 이런 삶을 죽음의 순간에 신과의 대화를 통해서 인정받고 늘 신과 함께 했음을 알게 되는 결말은 비록 다른 사람과는 다른 삶을 살지라도 그 다른 삶을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세상을 이해와 관심을 통하여 아름답게 살아가자 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사랑이 숨쉬기 더욱 곤란해지는 이 세상에서 적어도 그녀만은 더욱 사랑하며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