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여는 금강경 독송
정천구 지음 / 이경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이제 방학이 다가온다. 미뤄두었던 금강경 공부를 이번 방학엔 해볼 요량이다. 자신의 마음 공부가 되어있지 않으면 어느 자리에 서든지 사람들과 부딪히게 마련이다. 그럴 때 때로는 자신의 마음을 거두어 들이고 무관심한듯 응대하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나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감정만 부풀려서 서로 찔러대고 베어내고 하는 불필요한 싸움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엇인가 내가 해야되겠다고 생각할 때 그 마음이 올라오는 자리를 보아서 '아상'인지 알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궁리는 백선생님의 말씀대로 쓸데없는 것에 불과하고 버림만 같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다. 어디 이 공부에 일상에 부딪히는 것이 한 두번이랴! 다 내가 부족해서 그런 것인데 무엇을 탓할까!

  백선생님의 아래서 공부한 숨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참 많다. 한 때 한 아주머니가 도올 선생의 도덕경을 비판하며 자신의 생각을 책으로 써서 관심을 가졌던 경우가 있는 데 그 역시 소사에서 백 선생님의 지도 아래 공부한 이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전 공부는 아무리 논리적이어도 사리분별을 내어도 내면 낼수록 공부는 그르친다. 자신의 마음이 투명하게 비워지지 않는 한 거꾸로 가게 마련이다. 그래서 자기가 좀 알게 되면 치심이 생겨서 되레 공부의 길을 가로막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렇다. 그래서 요즘 더욱 반성이 많이 된다. 뭐, 참된 삶의 현장도 아닌 바에야 내가 옳니 니가 옳니 싸워서 뭐 하겠는가? 다 시간낭비다. 그 시간에 몸이나 움직이는 것만 못하다. 요즘 알라딘 활동이 재미없는 이유도 사회과학 책이 손에 덜 잡히는 이유도 그것이다.

  삶은 늘 내가 의식을 세우는 순간 그 결과는 내게 삶의 공허함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이 공부를 알게 된 것이 나로 하여금 젊은 날의 탐, 진, 치를 닦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물론 아직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그것을 닦아 내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함을 알지만 이 길이 있다는 사실이 내 삶의 가장 큰 위안이다. 특히나 백성욱 선생님 같은 분을 책으로서라도 기연있게 만난 것에 대해 감사한다. 세상에 몸으로 만난 그 어떤 만남 못지 않게 그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가끔은 글을 보지 않고 그 글의 뜻이 먼저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그 때에는 글을 버려도 아깝지 않다. 그 뜻을 간직한 것이야말로 진짜 그를 아는 것이기에...백선생님 아래서 공부한 사람들의 글은 하나같이 투명하고 경건하다. 아는 티를 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 글에 실린 공력이 작지 않다. "서양인의 영적인 서술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쉽게 풀어서 논리적으로 설명한 것이 특징이라면 동양의 깊은 진리는 자신의 수준에서 깨달은 바대로 서술한 것이기 때문에 읽는 사람이 그 사람의 마음의 경지를 모르고서는 알 수 없다."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다. 그래서 서양사람이 쓴 영성서는 머리를 시원하게 해주는 측면은 있지만 가슴 깊숙히 스며드는 맛이 적은 것이다. 내가 동양에 살면서 인연되어 만나는 책들, 그 중에서도 백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그것이 마음에 착 달라붙는 맛이 있어 읽으면 읽을수록 의미가 새로워진다.

  나같이 못난 사람도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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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1 16: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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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5 00: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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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2 21: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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