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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 2020년 전면 개정판
정목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2월
평점 :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그것은 모든 생명체가 자신의 기준으로 볼 때 상을 짓는 일을 경계하라는 말씀으로 들린다. 사람도 그러하다.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우선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양 있고 빛깔있는 것을 마음 속에 받아들이고 그 상이 마음에 찍힐 때 이전의 자신의 업식에 의해 그것을 자신의 기준으로 특정짓고 생각하려하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그 자신만의 기준으로 상대방을 맞추려 하는 데서 인간관계의 갈등이 생긴다. 우선 이 제목이 주는 교훈만 제대로 알고 살더라도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의 많은 부분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한 마디 말이 꽃향기가 되기를
한 마디 말이 따뜻한 밥 한 그릇이 되고
한 마디 말이 상처 입은 이에게 신비한 약이 되고
언어가 지나간 자라미다
어둠을 밝히는 등불 되소서 "
스님의 이 책을 쓴 마음의 동기이다, 그 간절한 원에 의해 이 책은 세상사에서 지치고 힘든 이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작은 휴식처가 되고 또 발심한 사람들에게는 저절로 이런 안목을 가지게 되려면 어떤 마음의 열림이 필요한 지 묻게 될 것이다.
유투브 강의를 몇 개 듣다가 스님의 책을 읽어보고 싶어 가장 대표적인 책 한 권을 구입해서 읽는다. 20대에 법정스님의 책을 처음 대했을 때의 그 감동이 너무 깊어서 또 지금의 내 나이가 스님의 나이 언저리쯤 되어서 그런지 첫 떨림의 깊이는 덜하지만 그래도 어떤 마음가짐에서 이 글들이 나오는지 나름대로의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되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래서 직장에 있는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도 편히 권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같이 우둔한 사람들이야 그 원인을 아무 생각도 없이 습관대로 짓고서 그 결과를 두려워하지만 그래도 현명한 사람들은 그 원인을 지을 때 두려워하고 조심한다, 이러한 인연의 일들을 잘 살펴서 지혜로울 때에 이런 글들이 가진 의미가 더욱 분명해지리라 생각한다. 나아가 제행이 무상하고 제법이 무아인 도리를 증오한다면 글들을 매개하지 않고서 평상심의 도를 실천하며 살 수 있겠다. 그러니 우리는 늘 글이 가리키는 마음을 쫓아 공부하는 늦은 달팽이라도 되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