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리를 흔드는 저녁바람이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六月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에드워드 호퍼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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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나라 대표적 근대 시인의 시가 에드워드 호퍼의 옷을 입었다. 아니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다른 표현을 달았다고 해야 할꺼. 시를 읽으면 어느 풍경이 그리지는 때가 있고 어느 그림을 쳐다보고 있으면 그와 같은 가슴 속의 지점을 건드리는 시가 있기 마련이다. 한국 근대의 뛰어난 명시에 에드워드 호퍼의 도시적 고독감과 사색의 옷을 입히니 시가 다시 다른 옷을 입은 듯 새롭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이전에 책을 통해 조금 알게 되었다. 도시 속의 실내 풍경 속의 인물을 주로 그렸다. 때로는 벗은 모습으로 때로는 누군가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은 공간 속에서 드러나는 외로움과 고독함. 그것이 호퍼 그림에 대한 내느낌이다, 급속하게 도시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던 미국 사회에서 가족과 분리되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단절된 사회의 고독함을 그린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되었고 그것은 지금 우리들의 도시적 삶 속에서의 인간 군상과도 같다.

 

  호퍼의 그림 속 색감의 느낌을 음미하면 조금도 들뜬 분위기가 없다. 아주 차분하고 사색적인 느낌을 준다. 때로는 좀 우울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조금은 불안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색을 처리하는 그의 내면이 사뭇 궁금해진다. 방안에서 혼자 앉아 창밖으로 들어오는 빛을 받고 있어도 왠지 밝지 못하고 고독하고 우울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따듯하고 밝은 햇살 속에 서 있어도 우울한 느낌은 가시지 않는다. 이런 뚜렷한 호퍼의 그림 분위기 탓에 어떤 시들은 이 옷을 억지로 입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단은 이렇게 새로운 옷을 입은 시의 느낌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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