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나에게 - 평생 간직하고픈 시를 읽고, 쓰고, 가슴에 새기다 감성필사
윤동주 외 67인의 시인 지음, 배정애 캘리그라피 / 북로그컴퍼니 / 202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시심이란 무엇일까? 시는 존재에 대한 물음이다. 일상적이고 흔한 사물과 자연은 의미가 없다. 그러면 시란 어찌보면 낯설게하는 작업이다. 일상적이고 흔한 존재를 낯설게하여 평소에 보지 못하는 마음의 단상을 일깨우는 것... 그렇게 보면 우리는 너무나 일상에 업에 몸에 매여 산다. 그러하니 우리들은 시를 잊은지 오래다.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도 너를 잊은 지 너무도 오래.."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시의 일부이다.

 

  이 책은 우선 시를 음미하기 좋은 책 구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손에 꼭 쥐어지는 작은 사이즈이다. 이는 편의성을 고려한 것으로 손쉽게 소지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둘째, 시를 대할 수 있는 책의 환경을 잘 구성해 놓았다. 책의 커버그림과 내용, 명시의 선정과 그에 어울리는 삽화를 때로는 사진으로 때로는 그림으로 밑그림으로 여유를 두고 구성했다. 셋째 시 한편을 음미하면서 그 시를 따라 써보도록 하는 여백을 구성했다. 시 한 편 여백 한 페이지로....

 

  바닷가에 물결치는 물결처럼 시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그 무수한 파도의 물결처럼 자신의 가슴으로 밀려들게 된다. 그 바닷빛 하늘빛은 또 어떤가? 사랑하는 이를 떠올려볼까? 좋았던 기억을 떠올려볼까? 그 어떤 것도 마음 속에 잔잔하게 밀려오는 따뜻함과 그리움을 그려낼 수 있다면 그것도 한 편의 시의 가능성이 된다. 아직 아무모양 없는/아직 아무 색깔도 없는/그리움 품은 이 마음/지는 노을에 붙여둔다.

 

  하지만 시는 결국 자신의 마음 속의 풍경이다. 또한 마음 속의 표면적 의식이 그려내는 풍경이라기보다는 보다 순수하고 보다 맑고 보다 투명한 마음이 그려내는 풍경이다. 그러하니 모든 시는 궁극적으로 선시다. 마음에 어떤 혹이나 부리없이 아무 걸림없이 있는 그대로 풍경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마음.  그 앞에 펼쳐진 풍경을 마음의 결대로 그려놓은 것이 시라면 시인은 분명 세상사의 먼지를 털어낸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이 누리는 복이다.

 

  시를 잊은 나에게, 시를 잊은 그대에게 찾아온 작은 포켓북 하나가 그대 안에 잠시동안 시심을 머물게 한다면 이 책은 그 가치를 다한 것이리라. 더불어 그 마음 풍경 속에 조그마한 사유의 집을 짓거나 사랑의 감정을 쌓거나 진리를 향한 화두 하나를 들 수 있다면 제 각각의 길을 찾아 인생을 향유하는 작은 놀이터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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