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 오현 선시
조오현 지음 / 문학나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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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설악에 다녀오고 며칠 지나지 않아 신흥사의 스님의 부고가 신문에 났다. 평소 스님이 보인 행에 많은 사람들과 신도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고 유투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일화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와의 인연을 소개하고 있었다. 공부한 사람이 가지고 보는 식견은 남다르다. 그 식견으로 삶을 살아가고 흔적을 남기어도 그것은 남긴 것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스님의 선시가 궁금했다. 선시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가장 이 시대를 가까이 살아갔던 스님의 선시가 궁금해졌다.

 

  그렇게 해서 오게 된 책이 이 책이다. 그러나 정작 스님의 선시는 몇 편 수록되지 않았다. 좀 더 스님의 시를 더 수록했다면 좋았을텐데....스님의 기억하는 시인들의 헌시가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몇 편 되지 않는 스님의 선시는 좋았다. 스님의 선시를 나의 식견으로 어찌 알까마는 공부삼아 한 두 편 올려본다.

 

  "된 바람의 말"

 

 

서울 인사동 사거리

한 그루 키 큰 무영수

 

뿌리는 밤하늘로

가지들은 땅으로 뻗었다

 

오로지 떡잎 하나로

우주를 다 덮고 있다

 

 

"사랑"

 

사랑은 넝쿨손입니다

철골 철근 콘크리트 담벼락

그 밑으로 흐르는

오염의 띠 죽음의 띠

시뻘건 쇳물

녹물을

빨아먹고 세상을 한꺼번에 다

끌어안고 사는 푸른 이파리입니다

잎덩쿨손입니다

사랑은 말이 아니라

생명의 뿌리입니다

이름 지을 수도 모양 그릴 수도 없는

마음의

잎덩쿨손입니다

하나님의 떡잎입니다

부처님의 떡잎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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