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진행되어야만 한다, 고 하지만 이 팻말은 영화의 시작과 함께 무참하게 박살이 난다. 마치 조커의 앞날을 예고하는 듯이.


우리들을 대신해 미쳐준 피닉스 호아킨에게 경배를 


2020년 아카데미상은 역대 최강 영화들의 경연장이었다. 우리에게는 <기생충>이 가장 인상 깊었지만 사실 <아이리시맨>, <조커>, <1917>들 또한 빼어난 명작이었다. 이들 가운데 어떤 작품이 상을 타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쟁쟁했다. 특히 <조커>는 길이길이 남을 명작의 반열에 이미 올라섰다, 고 확신한다. 호아킨의 눈부신 열연을 보는 재미 외에 영화 곳곳에 깔린 깊은 페이소스(연민, 동정, 슬픔을 포함한 복잡한 감정)와 영상과 기가 막힐 정도로 잘 어우러지는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배트맨의 악당 정도로 취급받던 조커를 이토록 드라마틱하게 부활시킨 작가에게도 찬사를 보낸다. 자, 이제 남은 건 주인공과 함께 질퍽한 뉴욕거리를 두 시간 넘게 헤매는 거다.


덧붙이는 말


영화는 물론이고 예술이 위대한 까닭은 실패자들이 주역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나고 유명한 인물을 다루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성공 뒤에 가려진 어두운 면을 부각시킨다. 인간은 겉으로는 멀쩡한 척 살아가지만 마음 속 깊숙한 곳에는 늘 우울이 자리하고 있다. 문화는 이 지점을 찾아내어 어떻게 해서든 미치지 않고 살아가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영화 조커에서 아서 역을 맡은 피닉스는 자신의 본분을 눈부시게 해치웠다. 다시 한 번 그의 남우주연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사진 출처 : Joker; When Tragedy becomes Comedy | Ethics of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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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시작하고 싶을 때 일단 청소부터 하면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새해를 맞은 다음날 약간의 다툼 끝에 그래, 싹 다 치우고 말지하고는 단숨에 정리에 들어갔다. 만만치 않음을 각오했지만 역시 힘이 들었다. 그저 들어내기만 하는데도. 그럼에도 기분은 좋다. 훤해진 방을 보며 새롭게 출발하고 싶다는 결심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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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전쟁을 독려하기 위해 신문에 실린 라디오 체조 광고  


새해가 밝았다. 살아오면서 가장 신년 기분이 나지 않기는 하지만. 그중에는 기를 쓰고 기분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다. 해돋이 행사가 대표적이다. 절대 오지 말라고 거듭 강조를 하고 아예 폐쇄까지 했지만 끝끝내 가는 이들이 있다. 그 마음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그만큼 해에 대한 열망이 큰 것이니까. 


처음에는 희망찬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구체적으로 영미권에서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적인 표현인 Rise and Shine과 흡사한 우리 동요를 즐겁게 비교하면서. 바로 둥근 해가 떴습니다. 그러나 왜 굳이 둥근 해를 가사에 넣었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때부터 혼란에 빠졌다. 해는 당연히 동그란데 굳이. 지동설을 주장하기 위해서. 아니면? 혹시 일본을 상징하기 위해.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 노래는 일본의 라디오 체조에서 나왔다. 군국주의 시절 전 국민을, 물론 우리나라도 포함하여, 언제든 전시체제에 동원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원래 제목은 '朝日を浴びて'(아침 햇살을 맞으며)이며 다케우치 요시코(武内俊子) 작사, 후쿠이 나오아키(福井直秋) 작곡이다. 가사만 살짝 바꿨을 뿐 엄연히 일본 노래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기력을 차리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라’ 그러나 어쩐 일인지 작사, 작곡 미상으로 표기되어 있다. 왠지 창피해서였을까? 국적이 일본이라서가 아니다. 문제는 군국주의의 잔재라는 점이다. 이 노래는 당장 폐기시켜야 한다.


사진 출처 : http://syowakara.com/06syowaD/06history/historyS14.htm


노래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4LpcqaLwg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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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 왈, 재즈가 초심을 잃어 탄생한 것이 리듬앤블루스다?


엔터테인먼트야말로 21세기를 넘어 다음 시대까지 이어질 기둥 산업이다. 곧 예능인 기질이 있어야 살아남는 세상이 되었다. 왜 사람들이 아무 의미도 없는 이모티콘을 돈 주고 사서 낄낄 대며 주고받겠는가? 듣고 보도 못한 케이팝이 어떻게 세상에 퍼져나갔겠는가? 


설민석은 이 틈새시장을 아주 잘 파고들었다. 처음엔 인강으로 유명세를 타다 급기야 공중파에까지 진출했다. 개인적인 소감은 어떤 방송은 매우 흥미로웠지만 다른 프로그램은 수준 이하였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하는 장점만은 숨길 수 없었다. 설민석이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 문제가 된 논문은 정식으로 학교에서 절차를 밟아 표절 여부를 밝힌다고 한다. 스스로 사과했으니 표절로 귀결될 것이 분명하다. 


누군가는 지나치게 가혹한 처가가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가 학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도 아니고 대중을 상대로 강연을 하는데 무슨 상관인가?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지. 글쎄, 중요한 건 논문의 활용여부가 아니라 거짓으로 썼다는 데 있다. 비교하자면 그는 도둑질을 했다. 남의 물건을 훔친 자에게 단지 남을 즐겁게 해주는 능력이 있다고 해서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논문 표절 논란을 보고 그의 전공이 역사학인줄 알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의 학부 전공은 연극영화과였다. 왠지 소름이 쫙 끼쳤다. 동시에 모든 퍼즐이 맞추어졌다. 설민석의 모든 게 연기였다면 그는 자신의 장기를 제대로 살린 셈이다.


덧붙이는 말


사람은 자신이 잘 모르는 말을 할 때는 티가 나기 마련이다. 안면을 찡그린다거나 손을 떨거나 땀이 나거나 하다 못해 손에 든 볼펜을 자꾸 돌린다. 그러나 전혀 표시가 나지 않는 이들도 있다. 사기꾼들이 그렇다.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도 자신이 하는 말에 취해 점점 고취되다가 진짜라고 확신한다. 남들에게 칭찬을 받거나 유명세를 타게 되면 이 증세는 더욱 강해진다.


사진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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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천여 명에 가까운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불안감은 날로 증폭하고 정부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정권 스스로 자처한 측면도 있지만 곰곰 따져보면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다. 물론 중증 환자가 늘고 사망자도 확대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안정세를 취하고 있다. 


단지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나라들과 비교해서가 아니다. 정답은 확진율이다. 곧 검사건수 대비 감염자의 비율은 초기부터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한 때 1이하로 떨어진 적도 있고 2를 상향한 경우도 있지만 대게는 1과 2 사이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예를 들어 2020년 12월 29일 총 검사자수는 61,343건이었고 확진자수는 1,050명이었다. 확진율은 1.73%. 감염자수가 백 명대에 불과했던 10월 달로 돌아가 보자. 10월 31일 검사건수는 6,138건, 감염자수는 109명, 확진율은 1,78%. 아니 세상에 이럴 수가. 비슷하잖아? 


다시 말해 당시 정부는 검사 자체를 소극적으로 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철저한 검사와 격리를 앞세운 이른바 케이방역과는 거리가 먼 결과였다. 만약 10월에도 지금처럼 광범위하게 검사를 하고 백신 도입을 앞당겼다면 지금쯤은 전혀 다른 상황을 맞이했을 것이다.


덧붙이는 말


정부는 그동안 감염자수는 벌표하면서도 검사건수는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물론 갖은 방법을 동원하면 찾아낼 수는 있지만 여간 번거러운게 아니었다. 검사수와 확진자수를 알리고 확진율을 발표했자면 쓸데없는 패닉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코로나 라이브 사이트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자료 출처 : 코로나 라이브 | 실시간 확진자 현황 (corona-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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