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가볍게' 읽을 정도의 내용과 분량이다. '가볍게'라고 해서 그냥 읽고 버리라는 말은 아니다. 경제라는 단어에 주눅들 필요가 없다는, 어렵지 않게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정도의 의미다.
책을 팔기 위해서는 책 광고글이 눈에 띄어야 하는데, 이 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정희를 찬양하면서도 노조의 힘이 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어쩌고 저쩌고 하는 광고글은, 물론 그 때문에 잘 팔렸을지는 모르나,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왜곡할 만하여, 심히 불쾌하다.
이 책이 나오게 한 장본인들이 서문과 에필로그에서 밝힌 바대로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현재 우리 경제의 모습이 어떠한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과 논쟁거리를 던져주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시장과 시장의 자유가 대안일 수 없으며 지금 우리가 착목해야 할 것은 신자유주의의 본질과 그것을 격파해야 하는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를 하고자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박정희 시대의 경제를 살펴본 것이고, 예를 들어 박정희에 대한 무조건적 안티로서 박정희만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상황에서 '반시장주의'(그러나 자본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반시장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을 한 것이다(박정희와 관련한 언급과 그리고 그 언급과 관련된 몇몇 발언들이 아래에서 추측한 논쟁의 이유가 된 것 같다).
사실 위 내용이 어디선가 뜬금없이 처음으로 나온 주장이나 내용은 아니다. 그래서 새롭다고 해야 할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주장이나 내용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이 쉽게 읽어내릴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정리된 책이라는 것이 이 책이 읽혀야 할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말을, 각시로부터, 그리고 같은 사무실 사람들로부터 들었다. 각시는 인터넷 서재에서 그 소식을 접한 것 같은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했다. 사무실 사람 중 한명은 이 책이 박사모와 노사모들의 논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말을 전해 주었다.
그런 이유는 처음 듣는 거다. 난, 책값을 후려쳐서 싸게 판 게 이유(인터넷에서는 발매 당시에 할인권 1000원, 마일리지와 할인가격을 합치면 반값에 살 수 있었다)가 아닐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앞서 말한 대로 이 책은 한국경제에 대해 여러 주장과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들에 대해 정리한 책에 불과하다.
따라서, 박사모와 노사모가 논쟁 - 추측컨대 그 논쟁은 이 책이 박정희에 대한 평가, 즉 박정희의 반시장주의에 주목해야 한다 또는 착취 구조 속에서도 경제발전이 있었다 또는 박정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그 정도는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등의 평가에 대해 박사모가 '그것 봐라...박정희가 잘했다잖아...' 어쩌고 저쩌고 했을 테고, 그에 대해 노사모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취지를 들어 반박하거나 이 책의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거나 하는 논쟁일 것 같다. 경험상 그 논쟁의 질을 따지면 박사모보다는 노사모가 낫지 않을 듯 싶다 - 할만한 책이 아니다. 내 추측이 빗나갔길 바라지만, 만약 박정희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논쟁이라면 하나마나한 논쟁이고 어떤 결론도 나지 않을 무의미한 논쟁이다.
그리고 이 책은 뚜렷하고 구체적인 어떤 전술을 밝힌 책은 아니나, 어느 정도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는 언급이 되어 있다. 논쟁이 되려면 그 나아갈 방향이 과연 한국의 현실에서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 다른 방향은 없을까 하는 것이어야지 위에서 추측한 것 같은 논쟁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을 다 읽지 않아도 서문과 에필로그만을 읽어도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알 수 있다. 이 책을 나오게 한 장본인들이 말하고 싶어한 것만큼만 꼭 그 정도만큼만 읽힌다면 이 책은 누구에게나 의미있는 책이 될 것 같다. 그 이상의 것들은 모두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몫이 될 것이다. 다만, 이 책에서 아쉽게 느끼는 것은, 이 책이 진보적인 학자들이나 노동조합에 대한 지적 그 자체에는 동의하나, 상대방을 자신들의 주장과 대비되는 범위에 속하는 사람들만을 선택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그 사람들이 박정희 안티 테제로서만 존재하는 것처럼 그려진 것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그 말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어도 절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