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이야기를 하자면 할 것이 많았다. 나 스스로를 위해서 재미있게 적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좀 우울하니까 나중에 근사하게 써야지 하고 미루고 오늘은 피곤하니까 내일 아침에 얘기해야지 하면서 미루고 어쩌고저쩌고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이렇게=내 서재에 내가 글 쓰는 게 불편해지게. 아니, 내가 뭐 러시아어로 쓰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뭐라도 적어두기로 했다. 최소한 기록 차원에서라도.
1년 만기 적금을 들었다. 조금씩 모으는 건데 목적이 분명하다. 내년 가을에 여행을 갈 거다. 그런데 통장을 만들고 보니 벌써부터 살짝 들뜬다. 역시 여행은 계획을 세우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구나. 딱 한 줄 적힌 입금 내역을 오래 바라보았다. 나는 내년의 내가 부럽다.
헬스클럽에 다니기 시작했다. (제가 체력관리 들어간다고 그랬죠?) 체지방 측정한 트레이너가 꼼꼼히 분석을 해주더니 왈, "회원님은 유산소운동은 아주 조금만 하시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세요." "앗.... 저, 저는 러닝머신이 좋은데. 웨이트 트레이닝은 재미가 없잖아요." (트레이너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여기, 재미로 오시는 분들 없습니다." 깽깽. "그리고 회원님은 체중을 늘리시고, 그 늘어날 체중만큼을 근육으로 키우세요." "네에에에??? 체중을 늘리라뇨? 그냥 체중도 안 늘리고 근육도 안 키우면 안 되나요?" (트레이너가 나를 한심한 듯 바라보며) ".... 마른 비만 되실래요?" 깽깽깽. 기어이 운동기구 사용법을 숙지시킨 트레이너, 몇 번씩 몇 세트를 하라고 일러준 다음 (이번에는 아예 의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회원님. 저 없다고 횟수 속이지 마세요." .....-_-;; 나, 그런 사람으로 보이나 보다. 아무튼 덕분에 온몸의 근육이 뽀개지는 것 같은 나날. 근육 고양이가 멀지 않았다. (과이연?)
노트북을 샀다! 학교를 졸업하고는 집에서 컴퓨터를 쓰지 않았던 터라 실로 수년 만에 생긴 내 개인 컴퓨터이자 최초의 노트북이다. 아직 썩 친해지지는 못했지만 방에 들어설 때마다 책상 위의 요녀석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이상하게 노트북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아.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녀가 왔다. 독일의 내 지원군. 사려깊은 노인 같고 예의 바른 소년 같은 B씨의 그녀. 그녀가 왔다. (끼야아아앗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하는 제 모습을 담을 수 없어 안타까워요.) 다음 주에는 B씨도 온다. 기분 진짜로 좋다. 진짜로 좋...... 영어공부해야겠다. ㅜ.ㅜ
책을 몇권 읽었다. 일부러 그렇게 했는데 재미있고 즐거운 것들만 읽었다. 음악을 많이 들었다. 특히, 그 목소리가 끝도 없이 다정한 것이 씨디를 선물해준 사람과 꼭 닮은, 실예 네가드(Silje Nergaard) 씨를 알게 되었다. "당신이 우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라고, 그 사람이 말해주는 것처럼 실예 씨가 노래해준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근래에 보기 드문 씩씩한 청년, 데이빗 조단(David Jordan) 씨를 알게 되었다. 음반 재킷부터 성격 있게 생겼더라니, 힘찬 음악들이 내 어깨를 툭툭 친다. 게다가 내가 가진 이 두 분의 씨디는.... 알라딘에선 품절이지롱. 아하하핫. 이거 이거, 다른 분들한테 미안해서 어쩐다? 이 좋은 음악들을 나만 들어서? 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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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노트북과 친해졌으면 좋겠다. 어쩐지 자판도 어색하게 느껴져서, 이 페이퍼 쓰는 데도 시간 꽤 걸려버렸다. 어색해. 어색해. 내 서재에 내가 글 쓰는 것도 확실히 어색해. 어색해. 마무리를어떻게 지어야 될지도 모르겠잖아. 어색해, 어색해.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