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로 난 백수다. 

학생들이 신학기라고 마구 재잘거리며 맞지도 않는 교복을 입고 뒤뚱거리며 걷는 뒷태가 마냥 귀엽다. 그러고보니 고등학교에 입학했던 게, 올해로 딱 십년 전이다. 그 때 난, (아빠가) 그토록 꿈에 그리던 명문고에 입학 했으니 꼴지를 해도 성균관대쯤은 갈 수 있을거라며 자신만만해 했던게 기억난다. 그러고선 첫 중간고사에서 정말로 난생 처음으로 1등이 아닌 꼴찌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고, 충격을 받아서, 음, 더욱 더 분발하여 공부를 하기는 커녕 그냥 포기해 버렸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왠일인지 마음먹은대로 하고자 할 때, 아주 조금만 노력해도 일이 술술 풀리는 경우가 많이 있어 왔다. 나는 그것을 평안한 가정 환경과 나쁘지 않은 머리, 모든 사람에게 다 주어지는 정도의 아주 소량의 행운 덕분이라고 생각해왔다. 그 덕에 '안되도 되게 한다'는 경이로운 노력은 커녕 인내심따위 역시 눈꼽만치도 키우지 않았다. 어른들이 보시기에는 참으로 안타깝게도 노력한 것에 과분한 결과가 따르지 않을 땐 기꺼이 포기해버리고 만다. 쉽게 포기하고, 기대치를 매번 낮추며, 그만큼 조금씩 조금씩 더 나태하게 살아왔다.  

그로부터 십년 후, 난 변한 것 하나 없이 또 포기해버렸다. (나이가 들수록 포기가 참 힘들어지는데, 그런 면에서 난 내가 참 대견하다. 토닥) 

나름대로 남들 다 사는 삶에 적응하기 위해서 기울인 아주 작은 노력에 과분하게도, 퇴사 인사 메일에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격려해주시고 안타까워해주셨으며 앞날의 행복을 기원해주셨다. 생각해보면 2년이 아주 낭비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말릴 정도로 '술술 풀리지'는 않았기 때문에 결국은 포기해버린 모양이다. 

백수라고! 당당하게 페이퍼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실은 어째 아르바이트가 쉽게 구해져버리는 바람에 오늘 바로 출근했다. 시급 4,300원에, 오전 7시까지 출근해서는 작은 베이커리에서 빵과 커피를 판다. (왠지 귀여워.) 나는 오늘 벌써 라떼를 만들어보았다. 맛없었다; 내게 커피만드는 방법을 정성스럽게 가르쳐주는 아이는 파리크라상에서 메인바리스타를 1년이나 했단다. 일을 시작하자마자 이런 친구를 스승으로 받들게 되었다니, 정말 '마음먹은대로 하고자 할 때, 아주 조금만 노력해도 일이 술술 풀리는 경우가 많이 있지' 않은가!!!!!!!!!!

아침에 흘러나오는 음악을 따라 흥얼거리며 빵을 정리하는데 문득 너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행복했다.

앞으로 난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할 것이며, 얼마나 많은 것을 새로 시작할까. 떨린다. 무척. 

(+ 1학년 중간고사때 포기했던 공부는, 물론 2학년 중간고사때 다시 시작했다.:D 며,  
이 땅의 모든 고딩 부모님께 용기를!
아직도 고딩막내와 그 고딩만도 못한 20대 후반 철없는 딸래미를 둔 우리 부모님께도 화이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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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3-03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딘가요 그 가게..
출입문을 통해 들어온 왠 곰 한마리가 커피와 쏘시지 들어간 빵을
우적우적 씹어 먹어도 너무 놀라진 마세요.

2010-03-03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0-03-03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떼를 만들고. 그리고 포기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그 용기. 그런 것들이 다 너무 부럽고 예뻐 보이네요. 게다가 추정컨대 저보다 여섯 살이나 어린 나이도 더불어서요^^;;

Forgettable. 2010-03-03 22:35   좋아요 0 | URL
앗, 하이드님 서재에서 뵙던 (물론 blanca님의 서재에도 자주 구경 갔습니다만^^) blanca님이시군요! ㅎㅎ

에스프레소에 넣을 우유를 뎁히는게 그렇게 세심한 작업인줄 몰랐어요. 그래서 전 자꾸 엄청나게 느리게 하고 있고요 ^^;; 백수생활, 그러니까 평일낮에 집에서 햇빛받으면서 커피 마시며 책읽는 생활을 하루도 못누리고 바로 아르바이트 시작해서 아쉽긴 하지만요. 그래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서 참 다행이고 행복해요. 더 다행인건 엄청나게 미덥잖아하시던 부모님도 제가 좋아하니까 덩달아 웃어주시는거요. ^^

용기낸 제 자신이 참 대견해요. (얼씨구나~ 자화자찬~ ^^;;)

Arch 2010-03-03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조금만 노력해도 일이 술술 풀리다니! 칫~ ^^ 좀 약올라요.
그래도 뽀님, 멋져요. 나중에 라떼 아트(맞나?) 해줘요. 나 커피맛 좀 알아보는 여자에요. ㅋㅋ

아아, 뽀님 믿어요!

Forgettable. 2010-03-03 22:37   좋아요 0 | URL
일이 술술 풀린다고 생각하는 제 밑도 끝도 없이 바닥만 치는 기대치를 생각해보면 그리 약오를 일도 아니랍니다. ㅋㅋㅋ

다음에 서울올 때 커피마시러 와요. 끝날 때 맞춰서 오면 커피 마시고 같이 불라 가면 되겠다. 히히
그때까지 엄청 연마할게요!!!! ㅋㅋ

자하(紫霞) 2010-03-03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뽀님 일하시는 가게에 가보고 싶군요~^^

Forgettable. 2010-03-04 21:40   좋아요 0 | URL
베리베리님 놀러 오실래요? ㅎㅎ
전 일요일만 빼고 오후2시까지 일하는데요, 시간 맞으시면 언제든지 연락하고 오세요!
조용하고 커피도 맛있고 좋아요. ^^

자하(紫霞) 2010-03-05 16:52   좋아요 0 | URL
뽀님 외국가세요?
이런~언제가세요?
가시기 전에 한번 뵈어야 하나?
가게 위치는 어디인가요?

2010-03-05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10-03-03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로망스런 분위기에요.
아침에 빵을 만들고 커피를 내린다는 것은.
부디 포겟님이 그 일에서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바리스타를 스승으로 두셨으니 전문 바리스타 자격에도
함~ 도전해 보시는 건..? ^^

Forgettable. 2010-03-04 21:42   좋아요 0 | URL
정말 로망이죠. 전 제 로망이 실현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진짜 행복해요.

안그래도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볼까 생각중이었어요. 뭔가 수료증 같은것도 있는데, 일단 그거라도..
그 친구가 이것저것 많이 알려줘서 진짜 좋아요. ㅎㅎ 그런데 꼼꼼한 성격이 못되서.. 이번 기회에 섬세한 커피의 세계에 뛰어들어볼까 하는데 그러기엔 너무 입맛이 싸구려고 ㅠ

아포지 2010-03-04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간 파란색은 정말로 잘 담는 듯.... 저 원등처럼 생긴게 뽀인트구려...

Forgettable. 2010-03-04 21:43   좋아요 0 | URL
제가 잘 담는게 아니고, 원래 제 카메라가 파란색 예쁘게 나오기로 유명하다네요. 히히

오늘 합격레터 집으로 왔네요 :)

다락방 2010-03-04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난 또 이 사진을 바탕화면으로 설정했어요. 이 사진 좋다 ㅠㅠ

너무너무너무너무 행복했다니! 그 순간이 뽀님에게 찾아왔다니, 다행이에요! 아침에 흘러나오는 음악을 따라 흥얼거리며 빵을 정리하는 모습은, 제가 그려봐도 행복이네요. 아, 갑자기 저도 뛰쳐나가서 빵을 정리해야할 것만 같아요.

네, 뽀님. 지금처럼 계속 행복하도록 해요!!

이 땅의 모든 고딩 부모님께 용기를!
아직도 고딩막내와 그 고딩만도 못한 20대 후반 철없는 딸래미를 둔 뽀님의 부모님께도 화이팅을,
받고,
뽀게터블님께도 계속되는 행운과 축복을 얹어서 콜!

Forgettable. 2010-03-04 21:46   좋아요 0 | URL
흐흐 역시 락방님밖에 없어요!!!!!!!
요즘처럼 우중충한 날에는 이런 사진이 최고죠. ㅎㅎㅎ 좋아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전 어째 단순노동이 체질인가봐요. 그래도 퇴근시간 기다리는건 똑같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 락방님 우리 같이 행복하기로해요.

아유, 난 이렇게 행운을 빌어주고 날 믿어주는 사람이 많아서 참 좋네요.
서재질에 매진한 노력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어요. ^^

2010-03-04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4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10-03-04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동네서 일하실까요? ^^
(흑심을 품고 물어보는 탕이..ㅎㅎㅎ)

Forgettable. 2010-03-04 21:50   좋아요 0 | URL
아뇨. 동네에는 별로 구하는데가 없더라구요. ㅠㅠ
동네에서 했으면 편했을텐데.. ㅎㅎㅎ

머큐리 2010-03-04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게 위치를 공개하라! 토욜도 일하면 빵과 커피 먹으러 갈지도,,,ㅎㅎ
7시 출근이면...퇴근은 몇시??

2010-03-04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3-05 08:40   좋아요 0 | URL
저랑가요 머큐리님 ㅎㅎㅎ
 

   
 

살 삼촌은 물을 뚝뚝 흘리며 두 팔을 벌렸다. 별다른 반응도 없었다. 그는 다정한 아빠처럼 웃으며 말했다. 

"안되겠구나. 안되겠어. 이번에는 널 용서할 수가 없어. 하느님 뜻대로 하는 수밖에." 

삼촌은 한 마다씩 또박또박 말했다. 

"새 옷이 걸레가 됐어. 나한테 행운을 가져다주는 옷인데." 

그러더니 곧 자리를 떴다. 길가에서 대기 중이던 운전기사가 깍듯이고개를 숙이며 검은색 벤츠의 뒷문을 열어주었다. 

다음날, 살 삼촌은 풀비렌티 씨의 집을 방문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풀비렌티 씨는 바로 모습을 감췄다.

 
  [아무도 보스를 찾지 않는다] 中

 1. 내가 꿈꾸는 마피아 친구는 이렇다. 잔인해도 어쩔 수 없다. 인간은 모두 사악하나니.. 아멘. 난 결코 마피아 친구, 혹은 삼촌을 둔 친구가 파티를 벌이고 있는 집 정원에 물을 뿌려대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2. 만남의 포옹이 안도감을 준다면 헤어짐의 포옹은 희망을 남긴다. 이것이 현명하고 이성적인 관계라 본다.

 3. 명동의 엄청나게 번잡스러운 거리의 어느 골목에 '비꼴로'라는 아주 좋아하는 파스타집이 있다. 문제는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는다는 것을 매번 깜박하는데 오늘도 깜박했다는것. 우린 때로 좌절된 욕구는 갈망을 깊어지게 한다며 결국 다른 후보를 모두 물리치고 듣보잡 파스타집에 갔는데, 대실패!!!!!!!! 음식점에 불만을 토하기 보다는 적당한 음식에 만족하지 못하고 입맛이 점점 까다로워지기만 하는 내 모습에 염증이 났다. 별것에서 스트레스를 다 받잖아.  

 4. 그에 비해 비오는 군산에서 먹었던 싸구려 만두국과 김밥은 맛있었는데. 역시 혀는 뇌의 기대치에 반응하는 것인가. 

 5. 부조리극이라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지지부진한 세 남자의 대화에 염증이 날 무렵 등장한 그녀의 모습은 마치 여신같이 빛났다. 짓밟히는 그녀의 허약한 자존심에 내 손이 떨릴 지경이었고, 증오가 담긴 그녀의 목소리와 난무하는 실제적 폭력에 난 방어기제와도 같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예전에 친구의 죽음 소식을 듣고 멈출 수 없었던 웃음처럼. 그녀가 선택한 연극은 나와 맞지 않았지만 그녀의 연기와 노력에만은 온힘을 다해 박수쳐주었다. 조금 더 좋은 연극과 능력있는 연출을 만났더라면 그녀의 잠재력은 더욱 더 빛을 발했을 것 같단 아쉬움이 자꾸 드는 걸 걷잡을 수가 없다. 아, 내게는 빠르게 불태워져버린 그녀의 질 좋고 풍부한 연료가 자꾸 아깝게만 느껴진다. 더불어 접어두었던 배우만이 누릴 수 있는 환희가 떠올라 부러웠다.

 6. 아픈 몸이 채 낫지도 않은 상태로 하루만에 군산에 다녀오니, 엄마가 정성도 보통이 아니라고 놀린다. 

 7. 아르바이트 면접을 봤다. 사는 곳이 멀고 나이가 많은 것이 걸리나보다. 정작 내겐 하나도 문제가 되질 않는 것인데. 나는 멀어도 상관 없고, 나이가 적어도 역량에 따라 언니로 모시는 것도 마다않을 수 있다. 초반에야 약간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아르바이트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8. 당신, 지금 무슨 생각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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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3-01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맞이 잡담 잘 듣고 갑니다. 마침 뭔가를 주문하고 있어서요^^

Forgettable. 2010-03-01 01:01   좋아요 0 | URL
무슨 생각 하시냐니깐요. 듣기만 하고 가십니까 ㅋㅋ
3월 1일이네요. 신한카드사이트를 통해 주문하고 신한카드로 결제하면 6프로가 할인되는날;;;;;; ㅎㅎ

머큐리 2010-03-01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 군산에 다녀오셨구나...
여신 같은 그녀의 모습은 혹 찍어오시진 않았는지...
파스타가 뭔지 얼마전에 알았는데...나중에 일요일에 맛보지 못한 파스타를 대접할께요...물론 뽀님이 시간되면..ㅋ

Forgettable. 2010-03-01 01:08   좋아요 0 | URL
연극 중에 사진 찍으면 안되서요.. 게다가 무겁게 들고간 카메라의.. 배터리가.. 나가서.. 핸드폰 배터리도 나갔고요. 흑흑 ㅠㅠ 제 마음에만 찍어왔답니다. ㅋㅋ

저 이제 백수잖아요! 시간은 얼마든지. 머큐리님이 만든 파스타라면 당장 내일이라도!! 막이래 ㅋㅋ
3월중으로 한번 보아요 ^^

머큐리 2010-03-01 01:15   좋아요 0 | URL
헉...파스타가 이탈리아 면요리라는 것 말고는 암것도 모르는데...어찌 만들겠어요
사드린다는 말이죠..ㅎㅎ 군산 맴버들 연락해서 함 뭉쳐볼까요??

Mephistopheles 2010-03-01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스타집이 문을 닫았다면.. 만만한 명동 칼국수나 섞어찌게로 메뉴를 변경해보는 것도....^^

Forgettable. 2010-03-02 09:29   좋아요 0 | URL
이게, 파스타를 못먹게 됐다고 생각하니까 파스타만 먹고싶어지는거 있잖아요 ㅠㅠ
게다가 파스타를 먹으러 용산에서 명동으로 이동한 것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다락방 2010-03-01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일에 꽃청년 정종집엘 갔었어요. 그런데 주말에는 일을 하지 않는가봐요. 본인이 사장이라는 젊은 청년만 있었어요. 나는 꽃청년이 없어서 삼치구이에 정종도쿠리 하나만을 마시고 나왔죠. 그러니까 내말은,


주말에는 꽃청년이 무얼하는가, 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는 거에요. ( '')

Forgettable. 2010-03-02 10:06   좋아요 0 | URL
호호 저도 급 궁금해진거 있죠. 전 꽃청년이 저보다 나이가 많아서 좋아요. 20대 초반이 아닌 사람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만의 사정이 궁금하기도 하고 동질감도 느끼고 말이죠. ㅎㅎ (현재상황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네요 -ㅁ-;)

저는 뭐..3일 쉰 게 쉰게 아니네요. 하도 싸돌아 다니느라;;


다락방 2010-03-02 10:11   좋아요 0 | URL
음...꽃청년의 나이를 뽀게터블님이 아는거에요? 네? 나도 모르는데요? 당신들 그날 무슨일이 있었던거에요!!!!!!!!!!!!!!!!!!!!!

Forgettable. 2010-03-02 10:23   좋아요 0 | URL
전 그날 대화는 미잘이 꽃청년을 불러서 나이를 물어보고 28..28.. 28..................
'동안이다~!!!' 밖에 기억이 안나요 OTL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03-02 10:25   좋아요 0 | URL
나 바보 ㅋㅋ 왜 나는 엉뚱한것만 기억하고 꽃청년 나이같은건 기억을 못할까요. 하긴 또 그걸 기억해서 내가 뭣에다 쓰겠어요. 그건그렇고,

근데 뽀게터블님 쫌 부럽다.
꽃청년보다도 어리다니. 난 아무리 노력해도 꽃청년보다 어릴 수 없는데요. 나는 시간을 몇년쯤 돌리고 싶어요. 스물다섯이나 여섯은 너무 욕심이고, 스물 일곱이나 여덟쯤, 아니면 아홉이어도 괜찮겠구요. 시간을 돌린다고 해서 내 삶이 뭔가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젊음은 그 순간 뿐이라는 사실이 지나고나니 깨달아져요.

뽀게터블님, 상투적이지만 지금 참 예쁠 나이에요. 그러니 젊음을 실컷 즐겨요. 나도 나이드는걸 즐겨야 겠지만, 어떤사람들은 그것도 꽤 잘해내지만, 나는 그걸 잘 못하겠어요. 붙잡을수만 있다면 붙잡고 싶어요.

보톡스라도 맞을까봐요.

난 왜 이렇게 할게많죠? 성형수술도 해야하고 보톡스도 맞아야 하고. 그러나 아무리 그런들 내가 스물일곱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아요.

2010-03-02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10-03-02 10:43   좋아요 0 | URL
락방님. 정말 나이드는 걸 즐기는 사람이 저도 제일 부러워요. 저도 저보다 어린 친구들 보면 그게 부럽고, '다시 어려지기만 한다면' 이란 상상을 자주 해요. 그런데 그 때마다 상상하는건 제가 해왔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들이에요. 그래서 한번 해봤으니 됐다- 라고 만족하고 말아버리죠.

지금 제가 꿈꾸고 노력하는 건 지금 제 나이여서, 제가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와서 가능한 일일거에요. 그래서 전 제 나이가, 지금의 제가 참 고마워요. 매년 나이를 먹을 때마다 이렇게 느끼고, 락방님의 나이가 됐을 때에도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볼 땐 락방님은 아주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직장에서 자리잡은 능력있는 커리어우먼이고, 그렇다고너무 세상에 찌든 비관론자나 냉소주의자도 아니고, 아직도 따뜻하고, 마음도 열려있고, 세심하고 풍부한 감성으로 글도 잘 쓰시고, 여전히 읽을 책도 많고 감동받을 책도 많잖아요. 이거 쉽지 않은 것 아닌가요. 어쩌면 나이드는 걸 즐기는 것보다 더 대단한 걸지도 모르겠어요.

2010-03-02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2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ch 2010-03-02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아요. 1과 2의 문장은 단순하면서 아름다워요. 뽀님이 전에 누구 글은 첫문장만 읽어도 느낌이 온다고 했을 땐 뭔소리하는거야 싶었는데 이제야 좀 알 것 같아요. 게다가 정성이 보통 아닌걸 넘어서 좋은평까지 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다락방 2010-03-02 08:53   좋아요 0 | URL
앗! 군산김태희 혹은 여신님이닷!!

Forgettable. 2010-03-02 10:17   좋아요 0 | URL
아치님. 제가 문장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건만 이런 칭찬을 받으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ㅠㅠ제 평은 아치의 노력에 비하면야 보잘것 없는걸요. 인생을 온 힘을 다해 살아가는 당신의 모습을 좀 배워야겠다고 느꼈답니다 ㅎ

다락방 2010-03-02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뽀님 오늘부터 출근하지 않으니 얼마나 좋을까요!

2010-03-02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2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3-02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산에서 먹은 싸구려 만두국과 김밥이 맛있었던 이유는, 같이 먹었던 상대때문이 아니었을까요? 난 그럴거라고 거의 백이십프로 확신해요.

Forgettable. 2010-03-02 10:26   좋아요 0 | URL
물론이죠. ㅋㅋ 게다가 하루종일 거의 암것도 안먹다가 먹은거라서 맛있었단거에, 한 일프로 정도..

2010-03-02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2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10-03-02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도 비꼴로 좋아하는데, 요즘에는 안간지 꽤 됐네요~
http://blog.aladdin.co.kr/wendy99/1822934
글도 쓴적 있어요 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0-03-02 15:41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그곳에도 메피님의 칼국수 답변이.. 흐흐흐

비꼴로가 자리도 아주 넉넉하고, 조용하고, 편안하죠. 그렇게 비싸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암튼 조만간 다시 찾을 예정입니다 ^^

2010-03-03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3 2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인생 살면서 이렇게 바쁘고, 감당하기 힘들어서 벅차고, 스트레스 받았던 일주일은 없었다! 

라고 매 학회 때마다 생각한다. 

**
애인이 생겼다. 

커플링을 해주겠다는 그녀. 그 좋아하는 삼겹살을 눈 앞에 두고도 내게 수다 떠느라고 먹지 못하는 그녀(!!!) 

누가 사귀자고 해도 모두 사귈 수 있다길래 기회랍시고 덜컥 사귀자고 해버렸다. 두둥!!!!! 
(왠지 굉장히 로맨틱, 받고 싶은 고백 정도)

***
나이가 든.다. 

술 안먹고 커피 마셔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밤중에 커피마시고 싶다.

슬퍼서, 일주일 내내 울고 밥도 안먹고 누워만 있고 싶어도 참는다. 

참는 걸 배운거라고 했다, 친구가.  

감성이 메말라가는 건 줄 알았는데, 내일을 위해, 슬퍼하지 않기 위해, 참는거였다. 

내 신조가.. 참지 말고 울라는 것이었는데, 울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참는 내가, 언제고 무너져버릴게 너무나도 뻔한 사실이, 무섭다.

****
이럴 때, 어떤 이의 목소리가, 어떤 이의 텍스트가 위안이 된다. 정말 많이.  

*****
내겐 비밀이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버금가는 지키기가 아주 괜찮은 비밀이다.  

***** 
WTD: 사랑니 빼기, 골프 3개월 속성 등록, 수영 강습 등록, 점 빼기, 운전면허학원 등록, 커피알바 구하기, 바리스타 자격증 따기, 오래오래 두고 읽을 책 구매, 대낮에 햇빛 받으며 커피 드립, 등등

*******
꿈 얘기 썼었나. 

썼던 기억이 나는데, 참지 못하고 마셔버린 막걸리 한병 덕에 잘 모르겠어서 또 쓴다. 

독수리의 사진을 찍었다.
날개를 양옆으로 펼치는 멋진 모습은 놓치는 바람에 아쉬워서 조금씩 가까이 다가갔다.
클로즈업한 독수리의 모습은 아주 멍청한 개의 얼굴을 닮아 있었다.
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 아쉬웠지만 독수리의 실상을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어서 차라리 다행이라 여겼다.

내게 이런 열혈기자의 습성이 있을 줄이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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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0-02-23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Forgettable. 2010-02-23 23:51   좋아요 0 | URL
히히. 바낭이라고 느끼신거죠. 그런거죠.
요새 제가 이렇게 머리가 비었답니다 ㅠ 말년 사회초년생의 비극이랄까요 ㅡㅡ

다락방 2010-02-23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당신의 비밀을 공유하고 싶은 애인 ♡ (점점.. ㅎㅎ)

Forgettable. 2010-02-23 23:54   좋아요 0 | URL
ㅋㅋ 벌써 공유하고 계신걸요.
우리. 왠지 봄 제대로 타면서 조증 걸려 허덕인는 거 같지 않아요 젠장 ㅋㅋ

다락방 2010-02-23 23:56   좋아요 0 | URL
응! 근데 이미 공유하고 있다고 말하면 미잘님과 Arch님이 나 심문할까봐요. 뽀님의 비밀이 뭐냐고 ㅎㅎ 그러니까 모른척 해야해요.

그리고 우리가 사귀는 것도 당분간 그들에게 비밀로 해요.

맞습니다, 저 오늘 오후까지 우울해서 죽을 것 같았는데, 금방이라도 울것 같았는데, 지금은 봄을 느끼더니 미친조증이 되버렸네요. 이를 어째요. 까르르르

Forgettable. 2010-02-24 00:04   좋아요 0 | URL
그들은 쿨녀쿨남이라 뽀따위의 비밀따위.. ㅋㅋㅋㅋㅋㅋ

에, 저는 실제로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고 있어요. 자야할 시간이라 그런가 싶어요. 내일 5시반에 일어나서 화장하고, 옷입고, 힐신고 나가야 해요. 아, 내 다리. ㅠㅠ

다락방 2010-02-24 00:08   좋아요 0 | URL
얼른 자요. ㅜㅜ

난 쿨남쿨녀 싫어. 사람이 어떻게 쿨하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다시 슬픔이 밀려와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Arch 2010-02-24 11:56   좋아요 0 | URL
비밀이 뭔데유~ 그래서 뽀가 애인이 생겼다는거에요, 뽀 친구가 애인이 생겼다는거에요, 다락방이 애인이 생겼다는거에요. 내 문장만 요상한게 아니었어. 아님 잠깐 서재질을 게을리해서 독해력이 떨어진건지.

Forgettable. 2010-02-24 16:22   좋아요 0 | URL
아치네 독해력에 보일러놔드려야겠어요.

점점 헛소리.
저 미치면 어떡해요? ㅠㅠ 힘들어요 ㅠ

뷰리풀말미잘 2010-02-27 00:46   좋아요 0 | URL
뽀 애인생겼어요? 아, 정말 봄인가봐요. 라고 남겼다가 락방님 댓글을 읽고 말았어요. 아, 김새.

비밀이 뭔데요? 제가 서재질 이런 식으로 하라고 했어요, 하지 말라고 했어요.

아치/ 이번만은 당신 독해력의 문제가 아닌거 같아요.

무해한모리군 2010-02-24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내가 증인이 되어줄 수 있었을텐데..

Forgettable. 2010-02-24 16:2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안타깝게요! ㅎㅎ

Seong 2010-02-26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료하다, 인생이." - 전 한 6개월 인생을 이렇게 한 줄로 줄일 수 있겠군요. 1형식 인생은 이제 그만. 저도 Forgettable님처럼 최소한 3형식의 문장을 쓸 수 있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2010-02-26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어제는 죽은 듯이 잠만 잤고,
오늘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소용돌이치는 마음을 달래고자 교고쿠 나츠히코의 [망량의 상자]를 꺼냈기 때문. 나.. 망한거지? 

2.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사실은 한시간쯤 오르다가 내려왔다. 겨울눈이 모두 녹기 시작해서 자칫하다가는 옷버리고 허리상할 것 같아서였다. 등산화는 이미 버렸고. 같이 산에 오른 이와는 오랜만에 만나 한가로운 잡담을 나누며 봄공기를 기분 좋게 맞았다. 내려와서는 뽕잎 샤브샤브를 술 없이 맛나게 먹었고, 커피를 마시며, 우리가 술이 아닌 커피를 마시는 날도 오는구나. 라며 감탄했다.  

3. 이 얘기를 쓰려던게 아닌데. 

책을 덮고 갑자기 떠오른 망상을 기록하기 위해 컴퓨터를 켜는 동안 쓰려던 이야기를 잊고 말았다. 

4. 어느 분의 서재에서 알라딘이 '네이버 블로그'스러워지는 듯하단 댓글을 봤다.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떠났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란 반발감이 들었다. 왜인지 '네이버 블로그 스럽다'는 말은 그 분 스스로도 폄하하는 말은 아니라고 하셨지만 폄하처럼 보였다. 내가 갖고 있는 이미지가 안좋아서일까. 그 곳에도 사유가 깊고 다양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을텐데, 포털 사이트의 이미지가 그렇게 중요한가보다.   

어쩌면 나의 가벼운 글들도 그에 일조하고 있다는 자책감이 아파서였을 수도 있겠다. 

5. 지난 밤에 꿈을 꿨다. 다시 필리핀에 도착했다. 여윳돈도 없어서 모든 것을 카드결제로 해야 했고, 이왕 온 거 그냥 지르자며 보름 후에 돌아갈지, 5일만 있다가 돌아갈지,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끊으며 무척 고민했다. 통장의 돈을 생각하면서 좋은 호텔에서 계속해서 머물지, 조금 더 싼 호텔에서 머물지도 고민했다. 그리고선 아무말 없이 훌쩍 떠나왔다며 "엄마, 나 필리핀이야."라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전화기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고민했다.  

결국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잠에서 깼다. 어쩜 꿈에서마저.

6. 내가 기꺼이 이불을 털고 일어나 쓰고 싶었던, 새벽에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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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2 0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3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2-22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망량의 상자는 우부메의 여름보다, 광골의 꿈보다 좋았어요, 저는.

2. 네, 커피를 마시는 날도 오지요. 그렇게 늙어가는 겁니다. ( '')

3. 음, 글이 가벼우면 안되나요? 저는 무거운 글을 쓸 수가 없는데요. 가벼운글은 가벼운 글대로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4. 저도 꿈을 꿨어요. 굉장히 고민하던 것이었는데, 꿈에서 상대가 제게 그건 이런거였어, 라고 확신을 주는 그런 꿈이요. 역시, 꿈이었어요.

5. 잠은 그래서 좀 잤나요? 월요일이에요.

Forgettable. 2010-02-23 10:53   좋아요 0 | URL
1. 저 지금 엄청 아껴읽고 있는데도 1권 다 읽어가요. 그렇다니 광골의 꿈을 먼저 읽을걸;;

2. 늙.. 늙는다니! 커피와 나이듦에 대해서 좀 더 고려해보아야겠어요.

3. 무거운 글이라는게 얼마나 깊은 성찰이 담겨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그 무게가 달라진다고 봐요. 나오는 글이 쉽게 읽히든, 어려워서 읽을 수 없든 이런건 상관없죠. 서재엔 아직 무거운 글을 쓰는 사람이 많다고 보는데, 네이버 블로그는 보여주기,, 가 목적이라고 느껴져서요. 아, 그 수많은 정보라니. 물론 나쁜 것은 아닙니다만.. 모르겠어요.

4. 전 어째 그렇게 발 동동 구르며 걱정하는 여행 꿈만 꾸는지 모르겠어요;

5. 잠은 잘 못자고 오랜만에 학회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피곤해보인다는 말만 들었죠 ㅠ

무해한모리군 2010-02-22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희 친구들은 커피를 마시게 된지 몇 년은 되었습니다 ㅎㅎㅎ

음 네이버 블로그와 다른 점은 여전히 긴 글이 많고, 영상보다 텍스트 중심이라는 면에서 확실히 다른 듯 합니다만..
그 분께는 이 곳이 참으로 더 특별했던 듯 합니다.

피곤하겠네요.
그래도 씩씩한 한주되요 ^^

Forgettable. 2010-02-23 10:55   좋아요 0 | URL
전 차파, 술파로 친구가 나뉘어있어서요. ㅋㅋ

저 씩씩한 한주 되기엔 너무 업무의 과중함에 스트레스를 떠안고 있습니다. 어서 금요일이 와서 모든 것이 끝나기만 바라고 있을 뿐이에요.

휘모리님은 힘찬 한주 보내고 계신가요?

뷰리풀말미잘 2010-02-22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였는데요?! 아, 정말 요즘 사람들 페이퍼 쓰는 태도 맘에 안 들어요. 내가 하고싶은 말이 이 말이다. 이 말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왜 말을 못하냐고! 왜 말을 못해! 왜!?

Arch 2010-02-23 01:34   좋아요 0 | URL
그저 단순히 기억 생략쯤 될 것 같은데, 뽀님, 추묘꾼 화났어요 ㅋㅋ

뽀님, 나도 그 댓글을 봤는데요. 폄하보다는 아쉬워서, 예전 마을 같은 분위기보다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기만 하다는 느낌을 받아서란 느낌이 들었는데. 그리고 뽀님 글이 가벼우면, 전 날아다니게요. ^^ 자학으로 팬몰이하려는 계획이라면 말예요. 한참 전에 써본 결과,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아뢰오~

Forgettable. 2010-02-23 10:57   좋아요 0 | URL
왜냐면.. 내가 배운게 이것 뿐이니까! 도대체 사람들이말이야, 비밀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저도 단지 알콜성치매증상을 좀 신비화 해봤네염. ㅋㅋㅋ

추묘꾼 화나도 하나도 안무서워요. 왜냐면 난 고양이가 아니니깐 ㅎㅎㅎㅎ

아치님 요새 글이 많이 좋아졌는걸요. 맹추격하고 있삼. 예전엔 서재가 좀 폐쇄적인 면이 없지 않았죠.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봐요. 이 얘기는 나중에 좀 더 해보도록 하지요~

L.SHIN 2010-02-22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 '여기는 이래야만 돼'라는 사고 발상이 웃기네요.
여기 있는 모든 분들의 글들에 나는 한 번도 '가볍다'라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뭔가 좀 있어 보이고 쓸데없이 어려운 말 들먹이는 것'만이 '지식인'이라고 한다면 그것만큼 멍청한 일이 또
있을까요? 어떤 형태로든 지식은 나누어야 값진 것이지 혼자의 유식함을 자랑하는 글 따위 지식이라고 할 수 없죠.

그 '어느 분'이 누군지 알고 싶네요. 본인은 얼마나 진중하게 잘 쓰는지.

5. 저도 그런 상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 하지 않고 유럽으로 가서는, 로밍된 핸드폰으로 누군가
전화하면 이렇게 외치는 거죠. '그런데 오늘은 갈 수 없어. 아니, 오늘 안에. 여긴 파리거든' ..ㅎㅎㅎ

Forgettable. 2010-02-23 11:09   좋아요 0 | URL
가벼운 글도 물론 나름의 의미가 있죠, 취향이 아닐까요..
알라딘도 책읽는 사람이 모여있는 공간이고 그로인해 똑똑한 사람들이 많았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지성이 담긴 글을 쓰던 분이 알라딘을 많이 떠났다고 해서 이 공간의 성격(그러니까, 따뜻함이라고 하면 될까요)이 바뀐 건 아니라고 보거든요, 여튼 다들 의견이 분분하네요.

왠지 뒷다마 하는 것 같아서 껄끄럽기도 하고, 지금 어제 마신 술이 덜깨서 헛소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전 그래서 해외여행 갈 때 왠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가는게 좋아요. 히히 '나 오늘 갈 수 없어. 여긴 파리거든' 이거 좋네요. 아주 좋아요! ㅋㅋ

 
전망 좋은 방 열린책들 세계문학 28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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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좋은 방]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로맨스에 담긴 20세기 초 영국인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유쾌하게 풀어둔 작품이다. 내용과 문체도 좋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군상 하나하나가 살아서 펄떡거리는 것만 같아서 이 리뷰는 인물중심으로 작성할 예정이다. 그러므로 책 소개글이 되진 않을 것이다. 물론 스포일러도 다량 함유되어 있다.

1. 감초 조연중의 하나인 비브 목사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지만 마지막 부분에 가서 인간의 모순됨을 잘 보여주는 캐릭터이다.  

   
 

 인내와 교양 아래 말없이 감추어져 있던 그의 금욕주의가 표면으로 솟아올라 아름다운 꽃처럼 피어났다. <결혼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자제하는 건 더 좋은 일이다>라는 신념을 가진 그는 사람들의 파혼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은근한 기쁨을 느꼈다. 루시의 경우는 본래 그가 세실을 싫어했기 때문에 더욱 기쁨이 컸다. 그는 한층 더 밀고 나갈 생각도 있었다..... 그녀가 동정의 결심을 굳힐 때까지 그녀를 위험이 미치지 않는 곳에 두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감정은 극히 미묘한데다 어떤 사상적 배경도 없다.

 
   

나는 비브목사가 금욕적이고 예의범절에 집착하는 남자인 세실의 반대지점에 있는 사람이라고 분류해두었기 때문에, 처음 이 구절을 읽었을 때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파혼을 반기되, 그 반기는 이유가 금욕주의적인 이유라니, 목사이지만 금욕적이라기보다는 자유롭고 생동감있는 사람이라고 느꼈기 때문인지 이 부분은 그 어떤 구절보다도 내게 충격이었다. 그러나 작가는 인간의 모순을 잘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브목사는 그저 그런 조연, 자유분방한 목사 캐릭터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이었고, 그것은 그의 뜬금 없는 금욕주의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그를 한층 매력적으로 만들어주었다. 

2. 주인공인 루시의 사촌언니 샬럿은 보잘것 없는 노처녀이고, 어느 한 부분에서도 매력을 찾을 수 없었던 참으로 지루하고, 서울 한복판에서 돌던지면 맞고 누구냐고 소리칠 것만 같은 김이박씨, 그만큼 평범한 캐릭터이지만(인줄로만 알았지만) 플롯을 관통하고 있는 중요한 인물이며 작가가 인간의 모순에 대해 얼마나 깊이 사유했는지를 보여주는 또다른 캐릭터이다.  

   
  그렇게 한참을 흘러가다 다시 샬럿 이야기가 나왔다. 다시 이야기를 해보니 샬럿의 행동은 아까보다 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불분명한 것을 싫어하는 조지가 말했다. "샬럿은 분명히 알고 있었어요. 그러면 왜 당신과 아버지가 만날 수도 있는 위험을 방치했을까? 어쨌거나 그 분은 아버지가 거기 계신 걸 알고도 그냥 교회에 갔어요."  
   

마지막에 조지와 루시의 대화에서 샬럿은 그들의 로맨스에 누구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떠맡아왔다는 걸 우린 알아챈다. 어찌나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인지, 나는 비브 목사의 생생함에 이어 또 한번 놀란다. 지금까지 샬럿이 보여주었던 자기희생적인 선의, 그래서 가식적으로 보였던 그녀의 선의가 진심에서 우러나왔다는 것을 알게되는 주인공의 충격에 나는 최근 개인적인 경험에 의거하여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이것은 샬럿을 미워하던 주인공 루시가 더이상 그녀를 미워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차디찬 복수라 할 수 있다. 물론 가식덩어리(인줄로만 알았던) 샬럿이 가식적으로 의도한 것이 아니기에 더욱 더.  

3. 조지의 아버지 에머슨씨는, 속세에 부대끼며 하루하루를 겨우 감당해가는 우리로써는 결코 맞대응할 수 없는 종류의 인간이다. 그는 조르바이며,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이며, 늙은 '래리'이다.  

   
  나는 녀석에게 항시 사랑을 믿으라고 가르쳤어요. <네가 사랑을 느끼면 그건 진실이란다.>라고 말요. <열정은 장님이 아니야. 열정이야말로 눈이 밝지. 네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여자는 네가 진실로 이해하게 될 유일한 사람이란다.>라고도 말했어요.  
   
   
 

"이 늙은이 말을 들어요. 이 세상에 혼란보다 나쁜 건 없어요. 죽음이라든가 운명이라든가. 무시무시해보이는 그런 것에 맞서기는 오히려 쉬워요. 지난날을 돌아볼 때 두려운건 내가 만났던.. 어쩌면 잘 피했을지도 모르는 혼란들이에요. <중략> 지금 아가씨가 그런 혼란에 빠진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구려."  
그녀는 침묵했다.
"내 말을 믿어요, 허니처치양. 인생은 눈부시지만 또 힘든 거요."
그녀는 계속 침묵했다.
"한 친구가 이런 말을 쓴 적이 있어요. <인생은 바이올린 연주회와 같다. 그런데 그 연주법은 연주를 해나가는 무대에서 익혀야 한다>고 말요.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살아가는 현장에서 살아가는 능력을 익혀야 해요. 무엇보다 사랑하는 능력을." 

 
   

네. 맞아요. 전 지금 혼란에 빠져있어요! 라며 눈물을 흘리면서 난 이 노인네에게 기대고 싶었다. 이 사람은 루시의 눈에 비늘을 떼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내 눈의 비늘도 떼주었다. 그래서 난 루시가 얼마나 힘든 결단을 내렸는지 안다. 아마 나는 하지 못할. 

3. 루시. 아, 루시.. 완전 매력적인 남자캐릭터 조지는 단지 루시를 돋보이게 해 주었던 역할이었던가 싶을 만큼 루시는 매력적이다. 선홍빛 드레스를 입으면 홍학 같은 그녀. 이 부분에서 어찌나 웃었던지.. ㅎㅎ 

사로잡혀 있었던 것에서 단호히 벗어날 수 있었던 이 여자는 진정한 용자다. 가족과 20여년을 벼려왔던 신념을 버리고, 머리나 관습이 추구하는 것보다 단지 마음이 추구하는 바를 '20세기 초'에 이루다니. 이것은 백년이 지난 지금도 내겐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은 방종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현실감각과 경제관념을 갖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정도의 결단을 내린다. 이것은 그녀가 약간의 열등감을 갖고 있었던 약혼자 세실보다 월등하게 미래지향적인 선택이었다. 

4. 약혼자 세실은 그 자체로는 아름답지만 가까이하기엔 차가운 대리석 조각상 같은 캐릭터를 잘 보여주었고, 동생 프레디는 누나의 무릎을 베고 누운 모습 하나로 '남동생 로망'을 실현해준다. 게다가 마지막의 편지라니!

이 작품은 행복한 로맨스이다. 그러나 반대로 독자의 한계를 일깨워주기 때문에 비극적이기도 하다. 나는 인간들로 가득한 이 이야기를 읽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나의 현실에 대해서 반성을 많이 했고, 잠재적인 욕망과 나의 모순에 놀랐다. 또한 현실적인줄만 알았던 나의 이상이 나의 체념에 굴복한 것이라는 걸 깨닫고는 무척 아파했다. 나는 루시처럼 깰 수 없을 것이다. 그녀처럼 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계속 포기해왔고, 포기함으로써 얻은 것이 많다고 믿고 있다.  

포스터는 내가 포기하고 있다는 것을 교묘하게 알려줌으로써 날 그 어느 때보다도 비참하게 만들었다. 참..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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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03-31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뚱한 소리 좀 할게요. 제가 좋아하는 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가 에드워드 포스터를 비판하더군요. <인도로 가는 길>을 격하게 비판하던데 열린책들 전집판으로 <인도로 가는 길>을 읽어 보았습니다.
포스터가 이해한 인도인은 종교로 살고 죽는 사람이더군요. 당시 영국과 인도의 관계로 확장시키면 이 소설의 메시지가 '너희는 열심히 종교나 믿어라. 나머지는 우리가 담당하겠다'가 아닐까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전망 좋은 방>은 읽지도 않고 혓소리 좀 했습니다.


Forgettable. 2010-03-31 18:23   좋아요 0 | URL
다음 책으로 뭘 읽을까,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는 아니고 이 리뷰를 쓰던 당시에 정해놨는데 까먹었네요-_-)

여튼 [인도로 가는 길]은 마지막에 읽으려고 했어요. 인도에 좋은 기억이 있어서 좋은 작가가 다닌 인도의 느낌은 어떨까 기대가 컸거든요. 맛있는 건 아껴먹는 버릇이;; 그런데 그 당시가 식민지 시대라는 걸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꼭 그 점을 염두하고 책을 읽어볼게요.

얼마 전에 황석영 작가를 보면서 작가의 사상이나 인간성(?)은 사실 작품을 읽는데 아무 관련이 없다, 작품만 좋으면 되었지 뭘, 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이것은 너무 무책임한 독서겠죠. 앞으로 좀 더 노력하며 책을 읽어야겠어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4-01 09:17   좋아요 0 | URL
그래도 포스터는 동시대 영국 작가들에 비하면 낫다는 생각을 합니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온 키플링의 <킴>을 보니 이건 그저 제국주의 소설이더군요. 이런 소설을 세계문학전집으로 펴낸 출판사의 안목도 문제가 있구요. 반면교사로 삼으라는 건지......
어릴 적 <정글북>을 재미나게 봤는데, 이 소설의 작가가 이 수준이란 게 실망스러웠습니다. <정글북>도 달리 생각이 되구요.
유명한 기독교 작가인 헨리 나웬이 동성애자란 걸 최근에 알았어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작가인데요. 근데 이 사람이 죽을 때까지 이 사실을 숨겼는데, 생전에 포스터의 소설 <모리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보고 극장에서 엉엉 울었다고 합니다. 이 소설에 관심이 생기더라구요. 나중에 <모리스> 읽어보고 이야기 나누었으면 합니다.

Forgettable. 2010-04-01 19:38   좋아요 0 | URL
앗, 키플링의 [킴]이 번역되어 나와있었군요!!
게다가 제국주의 소설이라니..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일기]에서 한 챕터를 차지하고 있는 책인 것을 기억하고 있는데, 궁금하네요. 지금은 이 책을 갖고 있지 않아서 어떤 내용이었는지 잘 기억도 안나고 확인이 안되는데..ㅜㅜ 다른 책이랑 막 헷갈려서 기억해요. 혹시 인도에 관련된 책, 수도승에 관련된 책이었던가요?

아, 읽어야 할 게 갑자기 확 늘어난 기분인데 [모리스]까지! ^^
앞으로 이야기 나눌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ㅎㅎ

지금 잔뜩 추리소설을 질러놓았는데-_-; 책쇼핑을 다시해야 하나..

파고세운닥나무 2010-04-02 10:09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줄거리가 맞습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04-20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망 좋은 방]을 새 달에는 꼭 읽어보려구요. 읽고 나서 써두신 단평을 다시 꼼꼼하게 읽어봐야겠네요.
왠지 5월과 이 책이 어울릴 것 같아서요^^

Forgettable. 2010-04-20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욕심과는 다르게 느림보처럼 엉뚱한 책을만 읽고 있어요.
백수가 되면 좀 더 깊은 독서를 할 줄 알았는데, 점점 시간만 먹어치우는 독서를 하고 있는 것만 같아요.
이게 참 자괴감만 들고.. 초조해지고, 그렇네요.

꼼꼼하게 읽어보신다고 해서 저도 꼼꼼히 다시 읽어봤더니 무척 부끄러운데요!!!
읽으시기 전에 뭔가 좀 다듬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근데 퇴고랑은 왠지 거리가 멀어서 ㅠㅠ)

따뜻한 날 읽으시면 기분좋아질 책이에요. 아, 갑자기 포스터의 글이 마구 당깁니다. ㅠㅠ